전남 '고독사 제로 정책'의 사각지대
최황지 정치부 기자
2023년 02월 21일(화) 16:42
최황지 기자
전남에서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고독사 사망자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5년간 매년 고독사가 증가한 곳은 전국에서 대전, 경기 그리고 전남 3곳 뿐이다. 전남은 2017년 인구 10만명당 4.1명에서 2021년 6.8명으로 고독사 사례가 매년 늘었다.

역설적이게도 전남도의 ‘고독사 제로’ 정책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다. 홀로 사는 어르신을 모시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꾸려진 ‘지킴이단’이 돌봄대상을 직접 찾아, 어르신들에게 안부도 묻고 안전도 확인하는 정책이었다. 지킴이단과 독거노인의 매칭은 거의 1대1 수준으로 전국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혀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수 정책으로도 꼽힌 전남도의 고독사 제로 정책과는 반대로 도내 고독사가 꾸준히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남도의 고독사 정책이 65세 이상의 홀로 사는 노인 위주의 정책인데다, 기존 복지 정책의 대상자를 중심으로만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21년 고독사의 발생 현황을 살펴봤더니 고독사 비율 중 50대 남성이 전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전남도의 고독사 현황도 이와 비슷했다. 전남도에서 홀로 세상을 떠난 고독사의 비중은 50대와 60대의 비중이 각각 30.6%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제일 높다. 이어 70대(12.9%), 40대 (11.3%), 80대 이상(5.6%), 30대(4.8%) 순이다.

전남도의 고독사의 정책도 50대가 필수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65세 이상의 독거노인 위주로 고독사 정책이 맞춰져 아쉬움이 남는다. 이같은 사각지대는 최근 전남도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행정상 결점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남도는 지난해 고독사 고위험군을 자체적으로 발굴해 종합적인 관리계획을 세우겠다며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자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도내 고독사 고위험군은 모두 1969명이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사상 허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가장 먼저, 고독사 고위험군을 홀로 사는 노인으로 한정해서 살펴봤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또 기존 행정상의 관습대로 노인 기초수급자 대상으로만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 일부 시·군은 ‘자체조사 결과 고독사 고위험군이 없다’고 판단한 것도 전남도의 고독사가 늘고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사례와 간극이 커, 조사 자체에 대한 신뢰성에 물음표가 찍힌다.

고독사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여러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연령 등에 관계없이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증가하는 고독사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관리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독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사회복지시스템의 부재와 복지 사각지대를 꼽는다. 전남도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고독사 고위험군 중 사각지대는 없는지 재차 살펴보고 복지 안전망을 촘촘하게 좁혀나갈 때다. 최근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단체’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게 지자체의 실질적 권한 확대를 주장하면서 한 말이다. 진정한 지방정부로 거듭나기 위해선 현 복지 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 촘촘하게 살피고 구멍을 메워 나갈 때 도민이 체감하는 지방정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