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수난시대
정성현 사회부 기자
2023년 02월 12일(일) 14:25 |
정성현 기자 |
최근 ‘광주·전남 가로수 관리 실태’를 취재하던 중 만난 한 수목 관리인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그는 가지 몇 개만 남기고 죄다 가지치기 한 나무를 가리키며 ‘이게 표준이다’고 말했다. 나무의 생장을 고려하지 못한 채 무참히 잘린 이 가로수들이, 정말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그런 나무는 있을 수 없다. 과도한 가지치기는 나무의 에너지 생산능력을 훼손해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국제수목관리학회는 나무 생장 기간에 가지치기할 경우 나뭇잎의 25% 이상을 제거하지 말라고 권장하고 있다.
최진우 ‘가로수를아끼는 사람들’ 대표는 “강전정을 한다고 해서 바로 나무가 죽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잘 버틴다’고 오해를 한다”며 “결국 가지치기란 살아있는 생명의 일부를 잘라내는 행위이므로, 잘못된 가지치기는 나무를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국제수목관리학회의 표준을 우리나라 현장에도 적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해 광주·전남지역 가로수 약 2100그루가 ‘가지치기’라는 미명 아래 고사한다. 가지치기 이유도 ‘간판을 가리거나 조망권을 침해한다’ 등이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과도하게 잘려나간 나무들은 사람들에게 이른바 ‘닭발·전봇대 가로수’라는 오명을 듣는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진행한 ‘도심 가로수에 대한 시민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87.9%가 ‘우리나라의 가지치기 정도가 지나치다’고 답했다. 또 96.8%는 ‘인권이나 동물권과 같이 나무권도 필요하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가로수는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그늘막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 대기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온실가스를 흡수하기에 ‘탄소중립 기조’에도 걸맞다. 이따금 여름이면 울창한 경관을 만들어주는 가로수길을 사랑하는 이들도 많다.
가로수의 공익적 가치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제대로 된 관리 지침이 필요하다. 국내 실정에 맞는 가지치기 안내서와 올바른 가지치기를 위한 전문가 양성 등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가로수 수난시대’가 올해부터는 점차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