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무한책임’
박성원 편집국장
2023년 02월 08일(수) 14:35 |
![]() 박성원 국장 |
윤 대통령이 언급한 트루먼은 한국전쟁을 고리로 우리나라와 밀접하게 연결된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1945년 부통령직을 수행하던 중,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으로 연임한 지 한 달 만에 사망해 대통령이 됐다. 트루먼은 준비 없이 대통령이 된 탓인지 재임 기간엔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서 냉전기로 이어지는 급격한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냉철한 판단력으로 전후 질서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인기있는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켰고, 한국전쟁에 미군을 파병하는 등 중대사를 직접 결정했고 그에 따른 책임도 자신이 떠안았다. 당선 직후 윤 대통령이 현직인 바이든을 포함해 46명에 달하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크게 주목받지 못한 트루먼을 인용하며 ‘무한책임’을 강조한 점이 인상 깊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대통령 말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참사 100일을 맞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등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윤 대통령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한 사과와 후속 조치로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