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겨울바다
김혜인 사회부 기자
2023년 02월 07일(화) 16:43 |
김혜인 기자 |
지난 6일 이른 아침, 목포 산정동 실종자 가족 대기소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한 남성에게 말을 걸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종종 들리는 한숨소리로부터 전날 밤을 어떤 심정으로 보냈을지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앞서 4일 신안 임자도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인천선적 24톤급 통발어선 청보호가 전복됐다. 현재까지 승선원 12명 중 3명이 구조되고 4명이 실종됐으며 5명이 사망했다.
사망한 5명은 침실, 기관실 등 선체 내부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나머지 실종자도 선체 내부에 남아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서도 수중 수색에 한계 있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인양에 나섰다.외부로 탈출하며 표류했을 가능성을 염두해 사고해역 주변 3해리까지 수색구역을 확대했다.
인명사고에 있어 가장 우선은 구조와 수습이다. 실종자 가족들 또한 하루빨리 가족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 뿐일 것이다.
그러나 겨울바다는 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체 하는건지 가혹하기만 하다.
선박사고의 경우 배 안에서 발견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배 밖으로 나가게 되면 시시각각 흐름이 변하는 바다 특성상 찾아내기 힘들다. 또한 시신을 거두는 작업 자체도 쉽지 않다. 수온이 낮아 수색이나 시신 발견이 평소보다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잠수사나 구조대가 직접 수중수색을 펼치는 바다의 온도는 7~8도다. 차가운 겨울바다의 특성상 시신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간이 평소보다 더 걸릴 수 있어 수색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날 실종자 가족들은 직접 사고 해역으로 가 인양 작업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자신의 가족이 혹여 배 안 어딘가에 있는 것은 아닐지 전전긍긍했을 이들의 마음을 감히 가늠할 수가 없다.
불행 중 다행인것은 겨울바다의 공세에도 하루만에 실종자 5명을 찾아냈다는 사실이다. 계속해서 남은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