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안팎을 통해 반추해본 '耳順'의 삶
허달용 '창문 밖 풍경, 창문 안 삶'
오는 20일까지 동구 예술공간 집
5월 사적지 국군통합병원 모티브
'오월의 창' 등 ‘창’ 매개 작품 선봬
2023년 02월 07일(화) 16:27
허달용 작 오월의 창/200x130cm/한지에 수묵채색/2022.
광주에서 민중미술을 이끌어온 허달용 작가가 ‘이순(耳順)’을 맞아 개인전 ‘창문 밖 풍경, 창문 안의 삶’을 연다.

허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이순의 삶을 반추하며 한 걸음 더 전진하기 위한 다짐을 한다. 개인전은 8일 시작해 20일까지 갤러리 ‘예술공간 집’에서 진행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이순’은 귀가 순해진다는 뜻으로 나이 60세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이순에 대해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60세가 된 허 작가는 지난 삶 동안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던 많은 것들에 대해 성찰하고 더 나아가고자 한다. 허 작가는 광주에서 민중화가로서 굴곡졌던 지난 삶을 창문 안으로, 그리고 앞으로 남겨진 삶을 창문 밖의 풍경으로 묘사했다. 창문과 이순은 그 경계선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시작은 옛 국군통합병원이었다. 옛 국군통합병원은 1980년 5월 당시 고문당한 대학생·시민들이 조사와 치료를 받았던 공간으로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중 하나다. 평소에는 출입이 통제돼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다.

허 작가는 “40년 넘게 홀로 남겨진 옛 국군통합병원을 답사하면서 과거 환자들이 창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했다”며 “지난 2021년 봄, 빛도 잘 들지 않은 창문 안 공간은 폐허가 됐고 스산했지만, 창문 밖은 따뜻한 봄볕이 찬연했다”고 말했다.

이어 “창밖으로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현실이 이순을 맞은 나의 모습과 연결됐다. 안과 밖의 경계에 있는 창문은 작가 자신의 경계와도 같이 인식됐고 시대와 세월의 먼지가 낀 창의 모습을 시각화하기로 했다”며 “이제는 그 유리창을 걷어내고 세상을 돌아볼 수 있기를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작품들은 이처럼 ‘창’이라는 틀을 사이에 두고 바라본 세상의 다양한 풍경들이다. 때론 유리창이어서, 또 때로는 콘크리트 담벼락을 끼고 있어서 몰랐던 사실들을 깨닫는 나이가 되고서 ‘다름’을 보듬고 이해하기 시작하는 마음을 담았다. 맑고 깨끗했던 유리창에 닦여지지 않은 이물이 끼고 나니 조금씩 인식되는 창문을 느끼며 스스로의 벽을 허물고 빛과 온기를 채우고자 한 다짐이다.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대작 위주로 준비했으며 ‘오월의 창(2022)’이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허달용 작 창문 밖 풍경/130x200cm/한지에 수묵채색/2022.
허 작가는 “내가 내 안의 벽을 스스로 허물어야만 빛도 온기도 스며들 수 있다”며 “이제 60이 됐다. 어떠한 일에 대해 귀로 듣기만 해도 곧 이해가 될 정도로 연륜이 쌓였다고 하는데, 내 삶이 그러한가? 다시금 되짚어본다”고 소회를 말했다.

허달용 작가는 ‘오월전’, ‘아트광주’, ‘묘정’, ‘BLACK & WHITE’, ‘노무현 서거 9주년 산이 된 바보 전’ 등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진행했다. 전남대학교 예술대학을 졸업했으며, 청남대 대통령 기록화 제작수상원진미술상을 수상했다. 허 작가는 (사)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 이사장과 광주시 혁신위원, 광주시립미술관 운영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사)광주민족미술인협회 회원, 연진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