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궁속 ‘청보호’ 기관실 침수
선체 기관실 ‘파공’…확인되지 않아
“합동감식으로 사고 원인 밝힐 것”
2023년 02월 06일(월) 18:28
인천선적 24톤급 통발어선 청보호의 구조도. 뉴시스
신안 임자도 해역에서 전복된 청보호의 사고가 발생한지 3일째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가장 의심되는 파도의 경우 사고 당시 주변 바다의 파도 높이는 0.5~1m로 비교적 낮았다. 바람도 초속 1m 안팎의 북서풍이 불어 풍랑은 거세지 않았다.

더욱이 청보호는 지난해 3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로 건조된 어선으로 바다로 나간 지 1년도 채 안 된 ‘신형 어선’인만큼 선체 노후화에 따른 누수 가능성도 크지 않다.

여기에 기관실에 물이 차오르면서 전복됐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선체에 구멍이 생긴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 역시 입증되지 않았다.

6일 오전 목포해양경찰은 2차 브리핑을 열어 사고 원인에 대해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관실부터 침수가 시작됐다는 생존선원들의 증언으로 기관실에 구멍이 뚫린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해경은 이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생존 선원 A씨는 구조 당국에 “기관실부터 물이 차기 시작했다. 아래층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선원이 ‘방(선실)까지 물이 찼다’며 가장 먼저 발견했다. 이후 2~3명이 기관실에 찬 물을 퍼냈으나 10분도 안 되는 사이 급격히 선체가 기울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바닷물이 유입될 만한 구멍(파공), 균열 여부 등 선체 파손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

다른 생존 선원들도 “배에 구멍이 뚫렸는지는 발견 못했고 당시 상황에서는 알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서남수 목포해경 수사과장은 “기관실 파공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파공을 추정할만한 충돌음이나 개연성 있는 상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선체 수색 과정에서도 구멍이 뚫린 곳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해경은 전날 생존자들이 출항 당시 ‘배가 기울었다’는 증언이나 구명뗏목 미작동 원인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 과장은 “생존자들의 ‘배가 5도 정도 기울었다’는 진술이 일관되게 나왔지만 다량의 통발이 실린 상태에서 한쪽으로 쏠려 배가 살짝 기울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구명뗏목이 수압에 의해 팽창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왜 장비가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추후 조사할 방침이다”고 일축했다.

해경은 모든 실종자를 수습하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과 함께 합동 감식에 나설 예정이다. 침수 원인부터 내부 결함 여부까지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서 과장은 “선체 내에 있던 4대의 CCTV 등을 통해 인양 후 합동 감식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청보호는 앞서 지난 4일 오후 11시19분께 신안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전복됐다. 청보호는 인천선적 24톤급 통발어선으로 지난해 4월25일 등록된 신형 배로, 단순 수리 외에 결함이나 사고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