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굴포당제
2023년 02월 06일(월) 16:29
최도철 미디어국장
세시풍속(歲時風俗)은 절기에 따라 매년 그맘때가 되면 되풀이하는 전통민속을 말한다. 지역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예로부터 전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은 20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새해 첫 달인 정월에 들어있는 게 절반에 이르고, 거개가 대보름을 전후해 치러졌다. 달의 삭망주기를 보고 농사를 짓던 우리 조상들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을 각별하게 여겨 한 해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세시풍속들을 지켜왔던 것이다.

추석과 함께 달이 가장 밝고 크게 뜨는 이 날은 전국 곳곳에서 태평을 빌고 액을 막는 갖가지 민속놀이와 풍속을 즐긴다.

대보름날은 섣달 그믐처럼 수세(守歲)의 의미로 온 집안에 밤새 등불을 켜놓았고, ‘상원절식’이라 하는 별식을 먹었다.

이 날이 되면 둥근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달집태우기를 했으며, 농악대가 집집마다 돌며 지신밟기를 했다. 또 액막이 연을 날리고 마을 어귀에 솟대를 세우기도 했다.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부럼을 먹거나, 귀 어두운 노인들에게 귀밝이술을 올리기도 했다.

불가(佛家)에서도 대개 이날 동안거(冬安居)를 해제하고 강과 바다로 나가 방생을 한다. 생명공경의 크나큰 자비행을 하는 것이다.

마을을 지켜주는 동신(洞神)에게 드렸던 제사도 이 날 지낸다. 마을 사람들의 무병과 풍년을 빌며 대보름날 서낭당, 산신당, 당산(堂山)에서 지내는 동제다.

어제 날짜로 발행된 신문에 정월 대보름날 이곳 저곳서 열리는 세시풍속 기사가 올라왔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진도 임회면 굴포마을에서 열리는 ‘굴포당제-고산 윤선도 선생 감사제’이다.

350여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굴포당제는 마을의 평안을 바라는 동제 의식에 덧붙여 윤선도 선생에 대한 보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조선 후기, 해남윤씨가에서는 갯벌에 제방을 쌓아 농토를 만드는 해언전(海堰田) 조성에 진력했다. 고산은 농지가 좁아 늘 궁핍을 면치 못했던 진도 굴포로 들어와 방축을 쌓고 너른 논밭을 만들어 큰 도움을 줬던 것이다.

윤선도 선생이 기억되고 존경받는 이유는 인문학의 대가, 국문학의 비조로서만이 아니다. 먹을 것이 늘 부족해 굶주리고 있는 이웃들을 안타까워했던 고산의 자비와 애민사상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잿빛 하늘 같은 세상이 갈수록 삭막하다. 대보름날 달집을 태우고 연을 날리며 품은 희망이 시대의 우울과 그늘까지 걷어낼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