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만 했는데…” 한 이주노동자의 눈물
광주서 근무중인 캄보디아 카임씨
갑작스런 강제 출국 통보 ‘날벼락’
이직한 회사 고용허가서 신청 안해
전문가 “‘해석’ 따라 해결 가능도”
2023년 02월 02일(목) 17:41
사업주가 고용허가 발급서 기간을 놓쳐 강제 출국 위기에 처한 광주 이주노동자 카임 금링(오른쪽)씨와 그의 누나. 강주비 기자
국내 노동 시장서 이주노동자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반면 그에 따른 대우나 행정조치는 업체에 맡기는 등 주먹구구식이어서 노동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업주의 부실한 일 처리로 인해 졸지에 ‘불법체류자’가 된 이주 노동자들은 고용허가 주체를 사업주로 규정하는 ‘고용허가제’의 한계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약 한 달 전 새로운 회사에 재취업한 이주노동자 카임 금링(24)씨에게 최근 광주고용센터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사업주의 고용허가서 발급 기간이 지나 출국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 시 ‘직전 사업장 퇴사 후 3개월 이내’에 재취업해야 하며, 재취업 이주노동자를 고용키로 한 사업주는 해당 기간 내 고용센터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기간을 초과할 경우 해당 노동자는 출국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카임씨의 고용허가 기한 ‘3개월’은 지난해 12월19일까지였다. 문제는 이때까지 사업주가 고용허가서 발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임씨는 직전 사업장서 퇴사 후 같은 달 북구의 한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에 재취업했다. 사업주는 고용센터의 안내에 따라 당일 카임씨를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고용센터에 회신했고, 이후 필요한 서류도 모두 제출했다고 했다. 카임씨는 고용센터와 통화 후 사업주에게 고용허가서 발급 여부를 확인했으나, ‘고용센터가 고용허가서 발급은 조금 늦어도 상관없다고 했다’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반면 고용센터의 말은 달랐다. 그들은 ‘고용허가서 발급 기한에 대해 충분히 안내했다’는 입장만 반복할 따름이었다.

양측의 말이 서로 엇갈리면서, 책임은 엉뚱하게도 카임씨 혼자 안아야 했다.

카임씨는 “나는 ‘모든 게 완료됐다’는 사업주의 말을 믿었을 뿐”이라며 “캄보디아에 있는 가족들에겐 ‘겨울이라 일이 없어 쉬고 있다’고만 말하고 출국해야 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내가 한국에서 돈을 벌어야 가족들이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이대로 출국하기엔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사업주가 고용허가 발급서 기간을 놓쳐 강제 출국 위기에 처한 광주 이주노동자 카임 금링씨의 누나가 고용센터가 카임 금링씨에게 보낸 고용 추천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강주비 기자
막막하던 카임씨는 광주이주민센터와 시민단체 등의 도움으로 변호사를 소개받았고 여러 관계기관의 자문을 구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출국 명령 날짜가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고용센터는 “사업주는 물론 카임씨에게도 모국어로 된 안내문을 통해 고용허가서 발급 기간을 안내했지만, 사업주가 날짜를 착각하거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서울과 경기,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등에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물어보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법률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률의 ‘해석’에 따라 충분히 구제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주노동자 사건을 주로 맡아 온 김춘호 변호사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질병, 임신, 출산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는 고용허가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돼 있다. 고용센터는 카임씨의 고용허가 기간을 연장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카임씨의 사례 또한 이 같은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고용허가서 발급 주체를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로만 규정하는 ‘고용허가제’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홍엽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사업주의 실수 등으로 고용허가 기간이 도과돼 이주노동자가 불법체류자가 된 사례는 이전부터 꾸준히 발생해온 일”라면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구체적인 조치가 있을 때까지 이주민 관련 기관·단체 등에 도움을 받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 등의 방법으로 노동자의 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고용센터의 재량으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카임씨와 함께 법적 대응을 논의 중이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