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림의 세계화
2023년 02월 02일(목) 17:04
이기수 논설실장
 이번주 일요일은 음력 정월 대보름이다.예부터 우리 민족은 정월대보름을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로 여겼다. 부럼깨기,귀밝이술, 오곡밥과 볶음 나물,더위팔기, 쥐불놀이, 지신 밟기 등과 다양하고 흥미로운 전통 세시풍속이 행여진 것이 이를 방증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풍속들이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농촌 공동체 붕괴가 진행되면서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는 중이다. 대보름 풍속인 당산제(堂山祭)도 그중 하나다. 당산제는 전남지역 농촌마을의 경우 보름날 마을 수호신이 있는 당산에서 마을 전체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제사를 지낸 것을 말한다.  어릴적 고향 당산은 수령이 수백년된 당산나무(수종 느티나무) 3~4그루가 있었고 제기를 넣어둔 당집과 정자 등으로 구성됐던 것으로 기억이 아련하다. 특히 마을 수호신으로 제사의 대상이 된 당산나무(당산림)은 당산제를 지낼때까지는 신성시되어 나무에 오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부정한 짓을 한 사람의 접근조차도 마을에서 금했다. 여름철에는 넓고도 깊은 녹음(숲)을 제공해 온 마을 사람들의 피서지로 사랑을 받았다. 젊은이들이 먹고 살기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리는 이촌향도 현상이 전국을 휩쓸면서 당산제도 명맥이 끊겼다. 이후 마을 이장 독단으로 당산 부지를 매각하는 바람에 당산내 정자는 살림집으로 용도가 바뀌었고 ,이를 알아차린듯 당산나무도 차례로 고사해버렸다. 수백년동안 마을 구심점 역할을 해온 한 마을의 당산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한데 신안군이 섬 지역 당산림에 대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관심이 쏠렸다.군이 당산림의 신앙숲 이상의 가치를 발견했다고 여겨져서다. 당산나무가 마을 자연경관을 드높이는 존재이면서 생태, 문화, 역사를 간직한 ‘살아있는 보물 ’이라는 현재적 인식의 결과라고 판단한다. 군은 우수한 당산림 자원을 발굴해 보전·관리하고 향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관내 당산림 실태 조사를 위한 용역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부디 신안군의 담대한 군정 목표가 달성되어 타 지자체로 널리 확대되기를 바란다. 당산림은 인간이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더불어숲’의 전형으로 이를 살리는 일은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전남지역 농촌 공동체를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