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포르노와 미담 사이
도선인 사회부 기자.
2023년 01월 31일(화) 16:41 |
도선인 기자 |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가난한 사람들의 사연을기계적으로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럴때마다 빈곤 포르노에 그치는 콘텐츠를 양산하는 거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이도 썼다. 집 화장실이 더러워 용변을 참는 아이들, 38도에 육박한 집에서 선풍기를 틀고 생활하는 할머니, 연탄이 없어 구공탄을 사다 때우는 노인 등.
올 겨울에도 당연히 썼다. 몸이 아픈 홀어머니와 살면서 태권도 선수가 꿈이라는 소년, 꽁꽁 언 골방에 텐트 치고 생활하는 70대 노인, 긴급 보수가 필요한 낡은 집에서 사는 가족들의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빈곤하게 사는 모습들을 기사화하는 것은 누구의 이득일까?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하면 오늘 하루 지면을 채운 기자가 이득일 수도 있겠다 싶다. 허나 세상은 그리 각박하지 않다. 가난한 이들의 기사가 그저 활자로만 생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런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대훈 선수를 꿈꾸는 가난한 중학생 소년의 전남일보 기사를 보고 이대훈 선수 측에서 돕고 싶다는 연락을 했다. (기사화를 고민했지만, 선행이 알려지는 것이 싫다는 이대훈 선수 측의 바람으로 기사는 쓰지 않았다.)
또 북구 풍향동에 사는 난방 빈곤층 70대 독거노인의 기사를 보고 북구청 주거통합돌봄과 희망복지과에서 연락이 왔다. 사례자를 연결해주면 해결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것이었다.
빈곤 포르노와 미담기사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풀어내기 정말 어렵다. 실제로 시민단체 중에서는 이런 기사를 두고 ‘빈곤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자극적인 묘사를 통해 인권을 무시하는 언론의 행태’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최소한의 장치는 언론이 아닐까. 신상정보 보도를 최대한 자제하고 사례자가 현재 처한 단편적인 상황만을 보도하는 것이 아닌 그 이면을 짚는 언론이라면, 충분히 그들에게 도움이 될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소년이 자신이 꿈에 그리던 영웅의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