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칼럼>이번엔 왜?…또 갈라서는 광주전남연구원
연구원이사회 원장 재공모 중지
상생이유 결합 8년만에 분리절차
출범후 32년만에 분리-재결합-분리
연구원 효율성보다 정치적 좌우
7월중 독자체제…정체성 관건
2023년 01월 26일(목) 16:45
이용규 논설실장
  이혼 도장찍을 일만 남았다. 신년 정초부터 유쾌한 일은 아니나 그렇다고 숨길일도 아니고 동네방네 흠잡힐 일이 되지 않은지도 오래됐다. 황혼이혼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 부부로 살다 갈라지고 합치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분리 절차를 밟고 있는 광주전남연구원의 상황을 요즘 이혼 세태에 빗댄 얘기다.
 광주전남연구원 이사회는 26일 원장 재공모 중지를 의결하고 분리 수순에 돌입했다. 오는 2월24일 임기만료되는 박재영 원장 후임 공모에 1명만 지원해 재공모를 한 것인데 그 절차를 스톱시키고, 독자체제를 위한 첫단추를 뀄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해 10월 “통합 운영이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이래 광주전남연구원이 갈라서기 절차 밟기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 1991년 광주전남발전연구원으로 출범해 2007년 광주발전연구원과 전남발전연구원으로 분리했다. 8년만에 민선 6기인 2015년에 광주전남 상생과제로 다시 합쳤는데, 8년만에 또 갈라서야 하는 운명이다. 개인의 삶이라면 팔자가 센 순탄치 않은 인생 역정이라고 말할 법하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이 이런 패턴을 겪는다면 과연 그 기관 평가는 어떨까? 우선 장기판의 졸처럼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이 기관 통폐합의 효율성보다 단체장들의 정치적 결정에 의한 지적을 피할수 없다. 재결합 8년만에 다시 이혼절차를 밟고 있는 광주전남연구원 분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선 6기 상생을 이유로 통합이 된 광주전남연구원은 역설적이게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현실적 으로 무리가 많았다. 시도가 운영비를 공동 지원하는 구조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문제를 내재한 것이다. 시도 정책 과제 연구가 최우선이고, 시도 공무원들의 시장, 도지사 지시 사항에 대응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이다. 재밌는 것은 연구원이 광주시와 전남도와 관련한 논문이나 기획 보고서 생산 편수까지 맞춰야할 정도로 ‘관급화된 사고’에 맞춰져 있는 점이다.
 시도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인해 연구원의 눈치보기는 당연하고 소모적 신경전까지 감내해야했다. 이러니 시도 상생의 공동 정책연구로 시너지 효과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시도의 입장차가 큰 정책과 관련해 연구원의 소신있는 연구 추진이나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지난해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합의한 혁신도시상생기금 조성은 단적으로 반증한다. 빛가람 혁신도시에 둥지를 튼 한국전력을 비롯한 16개 공기업에서 낸 지방세 일부를 출연해 혁신도시발전기금 조성 시기와 규모를 놓고 시도가 갈등을 벌이는데에도 연구원은 모른 체 했다. 지난 2005년 당시 분리 운영된 전남발전연구원은 전남지역 혁신도시 부지선정 위탁 용역을 진행한 터라 이 사안에 대해 어느기관보다 잘알고 있었다.연구원이 분명한 입장 정리만 있었더라면 시도가 이를 놓고 거의 8년동안 소모적 자존심 경쟁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임에도 나몰라라 한 것을 보면 아쉽다.
 민선 8기에서는 연구원의 모호한 스탠스를 벗어나 시도 산하에 두고 책임있게 역할을 하게 한다는 심산이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뜻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강기정 시장이 쏘아올린 연구원 분리의 화두를 도의회 공론화 절차를 거쳐 전남도 역시 적극적으로 임해 내달 24일 이후에는 각 원장 대행체제로 운영하고, 올해 7월 별도 법인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이 홍준표시장 취임후 대구정책연구원과 경북연구원으로 분리된 선례가 있어 광주전남연구원 분리에는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전남연구원은 광주전남의 최고 싱크 탱크임은 맞다. 광주는 도시행정, 전남은 농어촌 분야에서 국내외 석박사 연구자들로 구성, 광주 전남 행정을 종합적으로 기획 연구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원이 발표한 논문이나 보고서는 시도정책 수립과 국비 확보에 논리 제공과 함께 대통령 선거 시도 공약 발굴 등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그러나 광주전남연구원의 위상은 과연 어떤가? 용역 하청기관이라는 위상에 다름아니다. 광주전남연구원은 통합 기관에도 불구하고 초라한 셋방살이의 현실은 이를 잘설명한다. 현재 광주전남연구원은 민선 6기 통합 당시 나주혁신도시 건물을 임대, 한지붕 한가족을 이루면서 청사 건립에 부풀었다. 결국 전남도와 나주시가 약속한 청사 부지 제공은 공수표가 됐다. 행정이 시도민을 상대로 공표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은 꼴이다. 오매불망 청사 건립만을 학수고대한 연구원으로서는 애먼 뒷머리만 긁적긁적하고 끝났다.
 광주전남연구원이 상생을 이유로 한집살림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없고 그 씁쓸함과 공허감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윈도 부부처럼 속은 곪아 터져도 남앞에서 웃는 표정을 연출해야 하는 연구원으로서는 고역이었다. 이러한 기류에서 민선 8기 시도의 이해관계가 딱맞아 떨어져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것이다.
 그러나 연구원 분리에는 찬성하나 용역기관 이상의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글쎄 올시다. 앞으로 광주시와 전남도가 연구원을 바라보는 인식과 목표가 반드시 선결돼야 할 대목이다.
 합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 연구원의 정체성 확립이 관건이고, 시도 상생의 최종 귀착점은 어떤 형태로든 상생 그릇을 키우는데 경쟁은 하되 협조가 최대 과제이다. 이 상생의 틀거리안에는 시대적 흐름인 경제통합, 시도 특별자치단체, 행정통합 등 시도가 함께하는 다양한 형태를 담아내야 한다.
 정작 시도 연구원의 공동목소리가 필요할 때, 서로 이해득실에만 치중한다면 시도의 전위부대라는 낙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 점에서 향후 시도통합은 피할 수 없는 현안인데 광주전남연구원의 별도 분리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독립 법인이 될 각 연구원이 시도의 예산 지원을 받기에 공동 운영때보다 더 노골적으로 많은 시어머니의 간섭이 우려되나, 지역경쟁력 향상과 상생발전의 싱크탱크로서 자존감을 높이는 내부 노력이 관건이다. 시도 역시 이왕 이혼시키기로 한 광주전남연구원이 각자의 정책 기관으로서 역할에 충실하도록 더많은 애정과 관심이 중요하다.

 추신: 신문기자가 되고 싶은 열망 하나로 20대 끝자락인 지난 1991년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사인 전남일보에 입사해 뉴스와 정보의 현장에서 매일 달리듯 뛰고 또 뛰었습니다. 입사 당시 머리숱많은 청년은 중년의 모습으로 변했고 많지도 않은 남은 머리숱은 세월의 이슬이 하얗게 자리잡았습니다. 골인 지점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보니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열정이 넘쳐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 치열함이 신문기자로서 소명감을 지탱해준 버팀목이었습니다. 논설위원실에서 보낸 최근 2년은 하루, 주, 매월 단위로 주어진 출고를 해야하는 글감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활자화된 글의 무한 책임감에 부담스러우면서도 행복한 여정이었습니다.
 오는 31일 정년퇴임식을 끝으로 32년간 든든한 우산이 되어준 전남일보를 떠나 인생1막 2장을 여는 또 다른 출발선에 섭니다. 최근 우리 가족이 거실에 내건 ‘빛나는 새로운 출발, 아버지의 정년퇴직을 축하드립니다’고 쓰여진 펼침막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가족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있어 새로운 항해의 여정이 외롭지 않을 것같습니다. 새로운 삶의 현장에서도 독자 여러분께서 주신 사랑과 격려를 간직하며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독자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이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