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복되는 고교 원거리 배정, 대책 없는가
한계 다다른 평준화 일반고 배정
2023년 01월 25일(수) 17:19
역시나 똑 같은 상황이 또 다시 벌어졌다. 광주시교육청이 올해 일반고 진학생을 배정하면서 광주 북구와 서구 예비 고1 학생들이 올해도 원거리 학교로 통학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했다는 게 교육 당국의 입장이지만 인근 학교를 두고 먼거리를 오가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은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2023학년도 평준화 일반고 배정 결과. 올해 고교에 진학하는 광주 시내 1만2745명의 진학생 가운데 광산구 지역 950여 명이 집과 거리가 먼 북구와 서구 소재 고등학교에 배정됐다. 광산구의 영향으로 북구와 서구 예비 고1 학생은 남구와 동구 소재 고등학교에 배정되는 등 연쇄적인 원거리 고교 배정 사태가 벌어졌다. 광산구의 한 학교는 3년 연속 신입생이 부족한 사태까지 발생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광주시교육청의 안일한 인식이다. 시 교육청은 학생수와 학교수의 지역간 편차와 진학대상자의 일시적인 출산율 증가로 발생한 불가피한 결과라고 말한다. 부작용이 예상됐으면 미리 준비하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할 교육 당국이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 출신중학교에서 배정 가능한 고교 가운데 선지원을 통해 정원의 20%를 채우고, 후지원을 통해 정원의 80%를 채우는 현행 고교 배정 방식은 2013년 처음 도입된 후 원거리 학교 배정에 따른 민원은 매년 되풀이되어 왔다. 하지만 광주시교육청 이정선 교육감이 선거 과정에서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받지 않는 ‘공정한 교육’, 삶의 힘을 키우는 ‘책임 교육’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터라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국 역시나로 끝난 셈이다. 타 지역의 경우 원거리 고교 배정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후지원에서 정원의10%를 강제 배정 방식을 도입한 것을 고려할 때 광주시교육청이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멀리 있는 학교에 배정된 학생과 학부모가 ‘임의 배정 없이 희망 학교에 100% 배정했다’는 시 교육청의 해명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현중3학생들이 다른 출생년도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출생율을 보였다는 객관적인 사실이 있었음에도 다른 배정 방안 모색없이 10년째 이어져오던 방안만을 고수한 것은 민원 해결 의지가 부족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예견된 문제를 고민하고, 거기에 걸맞은 해법을 찾아 실행하는 것. 그것이 공정과 책임을 다하는 교육당국의 역할이다. 늦은감이 있지만 시교육청이 내달말께 학부모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하니 현행 고교 배정 방안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체 방안이 강구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