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간극
김은지 전남취재부 기자
2023년 01월 25일(수) 13:11
김은지 기자
‘일본의 현재를 보면 한국의 10년 후가 보인다’

과거 일본에서 일어난 여러 사회현상이 일정 주기가 지난 뒤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것을 두고 한국과 일본의 발전 속도를 빗대기 위해 사용하던 말이다.

부동산시장이나 고령화에 따른 사회 변화 등 한국의 미래를 내다보는 전망에서 일본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일도 잦았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 우리와 일본은 너무나도 유사한 인구 구조와 산업 형태로 경제를 지탱했다. 한국 입장에선 일본의 선례를 보고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실제로 1994년 일본은 인구의 14% 이상이 65세 이상이 되는 ‘고령화사회’를 맞이했고, 그로부터 23년 뒤인 2017년 한국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한국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과 ‘K-pop’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았다. 이제는 우리가 일본보다 앞서 있는 분야도 많아 한국과 일본의 ‘10년 간극’은 예전보다 자주 쓰이지 않는다.

그 간극이 좁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본이 압도적으로 앞선 단 한 가지가 있다. 일본이 2008년 도입한 ‘후루사토 납세(고향세)’다.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지방 소멸 위기를 경험한 일본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향세를 도입했다.

처음 고향세가 시행됐던 2008년 첫해에는 기부금 총액이 73억엔에 불과했지만 2021년 기준 8302억엔으로 113배가 늘어 지방재정 확충의 중요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15년여 만에 100배나 증가한 기부금 덕에 곳간이 열악했던 지자체는 자주 재원 확보에 숨통이 트였고,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역 경제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고향세가 시행된 지 14년 만인 올해 1월, 한국에서도 ‘고향사랑기부제’가 닻을 올렸다.

1960년대부터 진행된 이촌향도는 겨우 50년 만에 도시화율을 90% 이상으로 높였다. 현재 전체 인구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1, 2차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 출생자)의 절반 정도는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말은 곧 자신이 나고 자랐던 고향에 기부금을 낼 의향이 있는 잠재적 인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지 가난한 지자체의 곳간을 채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십시일반 모인 기부금은 고향을 살리고 중앙정부에만 손을 벌려온 지자체가 자립할 수 있는 ‘자치 역량’을 강화, 더 나아가 나라를 살리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일본과의 ‘10년의 간극’이 또 하나 생겼다. 부디 10년 뒤 고향세와 고향사랑기부제의 간극이 존재하지 않길 기대해 본다.
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