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대면 설’… “명절 분위기 느꼈어요”
“반가운 얼굴들” 친지 모여 북적
성묘·차례 등 코로나 이전 모습
연휴에 ‘온가족 여행’ 떠나기도
2023년 01월 24일(화) 18:12
3년 만에 거리 두기 없는 설을 맞은 지난 22일 영광의 한 야산에서 성묘객들이 조상을 추모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설 명절 풍경이 1년 사이 180도 달라졌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서로 안부를 물으며 ‘웃음꽃’을 피웠고, 묘지와 인근 도로에는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모처럼 맞이한 명절 연휴를 즐기기 위해 가족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있었다.

● “간만의 고향 방문 설레요”

설 당일인 지난 22일 영광의 한 가정집에는 3년 만에 모인 가족들이 저마다 새해 인사를 나누는 데 여념이 없었다. 친척들은 양손에 든 선물 보따리를 건네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가족 모임을 위해 구례에서 찾아온 정남현(35)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훌쩍 커버린 조카의 모습에 “못 알아 보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정씨는 “그간 사적 모임인원 제한이 있어 고향에 오지 않았었는데, 간만에 가족·친척이 다 모여 설 명절을 함께 보내니 너무 좋다”며 “‘아장아장’ 걷던 조카들이 그새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정말 오랫동안 못 만났었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앞으로는 이전처럼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일찌감치 차례를 지내고 성묘에 나선 성묘객들은 조상의 묘소를 찾아 고인에 대한 추억을 나눴다.

정성껏 기도하며 추모를 마친 이경희(56)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덕에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일가친척들과 만나 조상을 기릴 수 있었다”며 “오래간만에 모인 가족들과 아버님·어머님에 대한 얘기를 나누니 괜스레 옛 생각도 나고 몹시 좋았다. 코로나19가 마무리되는 날까지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연휴 동안 광주·전남 극장가도 ‘명절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영광군 ‘작은 영화관’. 1관(49석)·2관(60석)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온 가족단위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곳은 21·22일 이틀동안 약 500명의 관람객이 찾아왔다. 이는 평소보다 2배 가량 많은 수치다.

이날 친척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은 전맹식(65)씨는 “가족이 전국 각지에서 일을 하다 보니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기가 어렵다. 이번 설 명절에는 다 같이 영화 한편 보자고 해 이곳을 찾았다”며 “남은 연휴 기간 동안 매일 같이 영화관을 방문할 계획이다. 벌써 이틀 치 표도 다 끊어놨다. 대면 명절을 제대로 즐길거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 22일 찾은 영광 작은 영화관에는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로 가득했다. 정성현 기자
● 일·공부·여행…대면 명절 ‘각양각색’

긴 명절 연휴에도 아르바이트·시험공부 등으로 귀성을 택할 수 없는 이들도 있었다.

나주에 거주하는 서모(23)씨는 “주말이 낀 연휴라 추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설을 보내기로 했다. 집에 종일 있는 것보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좋다”며 “거리두기가 해제돼 그런지 지난 명절보다 손님이 배로 늘어 일은 힘들지만, 일이 끝나면 친구도 만나는 등 알차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1)씨는 “계절학기를 듣는 탓에 시험 준비 등으로 바쁘다”며 “시험을 앞두고 있어 대부분의 시간을 나 혼자 보냈다. 친척·가족들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부족한 공부를 해 다행이기도 하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차례를 지내지 않고 설 연휴를 여행으로 보낸 사람들도 있다.

고모(29)씨는 “타지 생활을 하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였다. 연휴가 길어 가족과 함께 당일치기 여행을 가 추억을 쌓았다”며 “평소에는 이렇게 시간을 빼기 어려운데 온종일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광주 시민 김세원(24)씨는 “그간 친척들을 만나지 못해 이번에 모두 시골서 모일까 했지만, 간만의 대면 연휴를 각자 가족들과 즐기기로 했다”며 “지난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다녀왔다. 마스크 없이 수년 만에 가족 여행을 다녀온 덕에,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온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 22일 설 명절을 맞아 한복 등을 차려 입고 외출에 나선 가족 모습. 정성현 기자
도선인·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