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 속 귀경길… “고향 情 안고 다시 일상으로”
● 연휴 마지막 날 터미널·송정역 가보니
귀경행렬 북적 애틋한 인사와 포옹
폭설에 “하룻밤 더 자고가” 아쉬움
고향 음식·선물 양손 가득 ‘든든’
입석 조차 못구한 귀성객들 ‘울상’
2023년 01월 24일(화) 17:25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광주 서구의 종합버스터미널에서 귀경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혜인 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광주·전남 지역에는 대설 특보가 내려졌다.

고향에 왔다가 돌아가는 귀경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차를 놓칠세라 발걸음이 분주해졌고, 매서운 눈바람에도 많은 인파가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으로 일찌감치 모여들었다.

이날 오전 11시께 방문한 광주 서구의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이곳은 이미 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고, 버스 기사들은 출발시간을 연신 부르며 손님들에게 얼른 탑승하라고 손짓했다. 게이트 앞에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조심히 올라가라며 손인사를 건네고 있거나 아이를 데려온 가족 단위 손님들이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있었다.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던 대학생 유모(23)씨는 “생각보다 눈이 많이 와서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다. ‘눈길이 위험하니 하룻밤 더 자고 가라’는 엄마의 권유에 고민했지만 아르바이트 때문에 결국 짐을 챙기고 나왔다”며 “지난 추석에는 아예 못 내려왔던 터라 이번 설에는 최대한 가족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광주 근교에 있는 카페를 놀러 다니면서 사진도 많이 찍으며 추억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생각지 못한 눈 소식에 걸음을 재촉해 터미널로 향한 시민들도 있었다. 광주에 있는 친정을 방문한 김소연(35)씨는 “엄마가 만든 김치를 남편이 좋아해 다섯 포기를 싸주셔서 짐이 엄청 늘어났다. 눈이 많이 와서 일찍 터미널까지 이동하려 했는데도 택시 잡는 것부터 순탄치가 않았다. 출발시간보다 2시간 먼저 나왔는데 더 늦게 나왔다면 아마 버스를 놓쳤을 것”이라며 “한가득 반찬을 싸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추운 날씨에도 마음만은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광주송정역 대합실에서 귀경객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강주비 기자
같은 날 광주송정역에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눈길을 뚫고 기차를 타러 온 귀경객들로 붐볐다.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힘겹게 역에 도착한 이들은 대합실에 들어서기 전 ‘고생했다’며 서로 머리와 어깨에 쌓인 눈을 털어줬다. 이들의 발 옆에 놓인 캐리어와 색색의 보자기에 싸인 명절 음식, 다양한 선물 세트 위 역시 하얀 눈이 덮여있었다.

대합실은 모자와 목도리,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귀경객들로 가득 차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폭설 소식에 걱정하는 부모님을 달래려 “잘 도착했다”며 전화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고, 그치지 않는 눈에 창밖을 보며 귀경길을 우려하는 이도 있었다.

승강장은 흩날리는 눈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궂은 날씨에 먼 길을 가는 가족들을 끝까지 배웅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잘 가. 조심히 가” “연락할게” 아쉬움에 포옹하거나 기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빨개진 손을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딸과 함께 고향 나주를 방문하고 온 장문주(43)씨는 “눈이 많이 와서 부모님이 걱정했는데 그래도 차가 아닌 기차를 타고 와서 다행인 것 같다”면서 “오랜만에 고향 집에 가서 가족들이랑 같이 명절 음식도 먹고 친구들 얼굴도 보고 왔다. 마스크도 벗고 예전보다는 코로나 방역수칙에 대한 부담감이 확실히 적어져서 더 즐거운 명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여전히 간소화된 명절을 보낸 이도 있었다. 광주 부모님 댁을 찾은 김모(60)씨는 “지난 추석에는 부모님을 못 뵀는데 오랜만에 뵐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며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소규모의 명절이 익숙해져서 올해도 그렇게 보냈다. 산적이나 전 같은 명절 음식도 하지 않고 사 오거나 주변에서 나눠주는 음식을 받아먹었다”고 말했다.

매표소 앞에는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눈으로 도로 상황이 좋지 않자 버스보다는 기차표를 찾은 것인데, 다급하게 표를 찾는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매진’이라는 직원의 단호한 말 뿐이었다.

직장 일이 생겨 급하게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정영자(55)씨는 “일 때문에 급하게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기차표가 전부 매진이라고 한다. ‘입석’조차도 없다고 하니 어쩌면 좋으냐”면서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데 버스는 불안해서 못 탈 것 같다. 너무 막막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김혜인·강주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