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임명보류…김준기씨 광주시립미술관장으로
전임직장 ‘갑질’논란 불구 임명 배경에 관심 집중
선임 공식 발표없이 곧바로 임명장 수여 ‘이례적’
‘갑질관장’이미지, 지역미술계 반감 등 해소 과제
2023년 01월 24일(화) 17:15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20일 오전 시청 3층 접견실에서 김준기 시립미술관장에게 임용장을 건넨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전임 직장에서 ‘갑질’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감사를 받았던 김준기 한국큐레이터협회 회장이 최근 광주시립미술관장에 임명됐다. 김 신임 관장은 시립미술관장 2차 공모 중 ‘사전 내정’ 의혹이 제기되고, 광주시가 취임식 날짜를 2차례 연기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신임 관장 임명을 둘러싼 광주시의 매끄럽지 못한 행정처리에 지역 미술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19일 오후 6시께 새 광주시립미술관장에 김준기씨를 선임, 이튿날인 20일 곧바로 임명장을 수여했다. 과거 광주시가 산하기관장 선임 관련, 공식발표를 하고 며칠이 지나 임명장을 수여한 후 공식 취임식을 갖는 절차를 진행해왔던 것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절차로 읽힌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광주시립미술관장 2차 공모 중 강기정 광주시장의 승인없이 김 신임관장의 취임식 일정을 잡았다가 지역 미술계가 반발하자 곧바로 취소한 바 있다. 며칠 후 다시 취임식 일정을 잡았다가 또 다시 취소하기도 했다.

두차례 취임식 일정이 취소되면서 일각에서는 광주시가 김 신임관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 광주시립미술관장으로 제3의 인물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일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 미술계의 관측과 달리 광주시는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9일 오후 김준기 관장 선임을 발표했다.

지역 미술계 인사 A씨는 “취임식을 두차례나 연기했다는 것은 지역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임명을 재고하는 기류로 읽혔으나 결국 김 관장을 선임했다는 것은 광주시가 당사자에게 ‘내정’과 관련된 언급을 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강한 의혹을 드러냈다.

임명 과정에서 숱한 잡음이 나온 만큼 김 신임 관장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자신에게 불신과 반감을 품고 있는 지역 미술계를 어떻게 다독이고 통합하는지에 달렸다는 평가다.

지난 2021년 김선정 전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의 직장 내 갑질을 비롯해 지난해 불거진 광주시립미술관 갑질 파문 등 지역 미술계는 무엇보다 ‘갑질’에 예민해져 있는 상태다.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전임 직장에서의 ‘갑질’ 꼬리표를 달고 있는 김 신임 관장이 지역의 분위기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라는게 지역 미술계의 중론이다. 당장 4월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을 비롯해 미디어아트플랫폼 지맵(GMAP) 관람객 유치, 중외공원 아시아 예술정원 조성 등 굵직굵직한 현안은 지역 미술계의 협업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역 미술계 인사 B씨는 “지역 미술계 분위기를 반영한 인사가 아니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이 크지만, 광주시 역시 이러한 결단을 내린데에는 김 신임 관장에 거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지역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린만큼 임기동안 미술계를 최선을 다해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김준기 신임 관장은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예술학 석사, 미술학 박사를 취득했다. 사비나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부산비엔날레 전시기획팀장,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제주도립미술관장,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했다. 미술관장 임기는 2년이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