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박관서> 2022년의 목포문학 짚어보기
박관서 시인·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2023년 01월 24일(화) 14:34
박관서 시인
“문학이 구체적 세계를 묘사해야 한다는 진술은 그것이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미이다. 문학은 그것이 속한 시대와 사회를 벗어날 수 없다. 극단적인 경우 역사 소설이나 미래 소설의 형태로 문학가가 과거나 미래로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그 과거나 미래는 그 사회가 보는 과거나 미래이다. 서정시의 경우에도, 그것이 노래하는 슬픔, 사랑, 분노, 증오 등의 감정 역시 당대의 상상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

2022년이라는 시간적 단위와 목포라는 공간적 단위가 맞물린 속에서의 문학적 성과와 성찰을 한다는 것은, 실은 2022년에 목포에서의 문학이 얼마나 좋은 문학적 성과를 내었는가를 따지는 일이다. 따라서 좋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기준이 중요해진다. 물론 좋은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많은 언급과 주장들이 있지만, 이를 무엇보다 중시여긴 문학평론가가 목포가 낳은 김현 선생이다.

서두와 같이, 김현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내세우고 이에 대한 답으로 문학의 사회적 효용과 가치의 구현을 내세웠다. ‘서정시의 경우에도, 그것이 노래하는 슬픔, 사랑, 분노, 증오 등의 감정 역시 당대의 상상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라고 분명히, 흔히 서정시라는 이름으로 현대적인 음풍농월에 몰두하는 문학을 가차 없이 비판한 것이다. 그래, 그러한 시각에서 보면 현재 사정없이 추락하는 나라의 사정을 고려함에 더하여 좀 더 면밀한 문학적 성찰을 겸하여, 김현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또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기준으로 삼아 지난해 목포에서 산출된 문학적 성과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문자를 매개로 하는 문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간행된 도서와 매체들을 살펴보면, 풍성한 감이 없지 않다. 연말에 출간된 목포작가회의와 목포문인협회의 기관지인 『목포작가-2023』, 『목포문학-2022, 통권 45집』가 있고, 연초에 목포문화재단에서 간행한 『문학목포-2022, 통권8호』가 있다. 또한, 김재석 시인이 개인의 사재를 털어서 제3회까지 간행한 문예지 『물과별』(사의재 간)의 시도가 신선하다. 특히, 현재의 목포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학생태계의 경계 바깥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많은 선배 문인들의 소식과 문학작품을 일별할 수 있어서 반갑고 또한 든든하다.

이외에 전국문학의 범주로 연계하여 평가할만한 개인 창작집의 간행 역시 적지 않게 읽힌다. 문단생활 30여 년을 넘겨서 최근 첫 시집을 상재한 유종 시인의 시집 『푸른 독을 품는 시간』(도서출판 b 간)을 비롯하여, 김선태 시집 『짧다』(천년의시작 간), 박관서 시집 『광주의 푸가』(삶창 간), 배인숙 시집 『커서』(사의재 간), 조기호 시집 『이런 사랑』(천년의시작 간) 등이 눈에 띈다.

또한, 소설과 산문집으로는 ‘이 이야기들이 아버지의 마지막 물음에 대한 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서문과 함께 간행한 박일우 작가의 첫 소설집 『완벽한 방』(지식과감성 간)과 목포 출신으로 수도권에서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고향갑 희곡작가의 산문집 『작고 슬퍼서 아름다운 것들』(파람북 간)이 돋보인다. 특히, 진도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목포작가회의 활동을 하는 정성숙 소설집 『호미』(삶창 간)은 제40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에 더하여, ‘여순 10.19 평화인권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에 목포대학교 국문과에서 재직 중인 김개영 소설가의 작품 「손가락 총」, 시부문 우수상에 서용기 시인의 작품 「형제묘」가 수상하였다. 시와 소설 장르에 있어 모두 4명의 수상자에서 목포의 문인 2명이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물량의 측면에서 돋보이는 목포의 문학은 하지만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김현이 제시한 문학적 기준의 층위에서는 한가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특히 여러 문학상 수상작품과 얼비추어 비교해볼 때 더욱 그러하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강하고, 이에 스스로 먼저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날카롭게 가져본다. 그래, 다시 김현의 말로 ‘좋은 문학작품은 일상적인 삶 속에 개인이 빠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일상적 삶을 이루고 있는 허위와 가식을 그것을 잔인하게 벗겨버림으로써, 그 가식 속에서 편안하게 살려는 잠든 의식을 일깨운다. 그래서, 삶과 인간과 세계의 진정한 모습을 다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