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의 '자율'
양가람 사회부 기자
2023년 01월 15일(일) 14:40 |
양가람 기자 |
교육부는 ‘교육과정 대강화’차원에서 이뤄진 개정안이라고 해명했다. 교사들의 교과과정 재구성 ‘자율성’을 높이고자 교육과정의 서술항목, 내용을 간소화하는 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역사적 사건 서술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육과정 시안에 없던 ‘6·25남침’과 ‘자유 민주주의’용어를 극우 보수진영의 요구에 따라 포함시킨 바 있어 5·18 용어 삭제에 ‘정치적 의도’라는 혐의를 강하게 씌웠다.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한 비판의 화살은 광주시교육청으로 향했다.
지난해 11월 개정교육과정 고시 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인 것이다.
논란이 일자 시교육청은 뒤늦게 긴급예비비 1억원을 편성해 5·18인정교과서와 교육꾸러미 배포 등 5·18의 전국화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애초 5·18 인정교과서 보급 사업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던 터라 ‘뒷북’ 행정이란 비판만 불러왔다.
예산 한 푼 주지 않고 5·18의 전국화를 외치기만 하는 시교육청의 진정성은 ‘민주·인권·평화 동아리 활동’ 사업에서도 드러난다.
민주·인권·평화 동아리는 광주 학생인권조례에 의거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주만 전면적으로 실시해 오고 있다.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5·18은 물론 기후위기 대응부터 노동, 통일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워왔다.
하지만 매년 학교별 100만원 가량씩 편성돼 온 관련 예산이 올해는 책정되지 않았다. 의무적인 동아리 운영에 따른 현장의 피로감이 그 이유다.
시교육청은 ‘학교 자율성’을 위해 동아리 운영의 결정 권한을 학교장에게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산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학교 자체 예산을 쪼개면서까지 동아리를 운영할 학교는 거의 없다. 연수 참여 우선권 제공 등 동아리 운영 학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되지만, 큰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성’이란 이름을 내세워 동아리 활동을 위축시키는 행태로, 5·18 교육과 관련된 정책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교육 영역에서 ‘자율성’은 오랜 시간 큰 화두였다. 국가 주도의 탑다운(top-down)방식이 아닌, 교사 등 학교 관계자들이 협력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자율성이야 말로 미래교육의 한 방향으로 제시된다. 반면, 자율성의 이름으로 또다른 배제와 지우기도 자행되고 있다. 5·18이 빠진 교과과정 재구성의 자율성, 학교의 동아리 운영 자율성. 교육부와 시교육청이 강조하는 자율성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양가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