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83-1>"정신건강 위기 학생 치료·교육 도와주세요"
광주교육청, 대안교육위탁기관과 내년 초 계약 종료
지역 대학병원에 협조 요청
비용 부담·전문의 부족 난색
“정신건강위기 학생 증가세
‘포용 교육’ 병원들 나서야”
2022년 12월 28일(수) 18:21
광주시교육청 전경
광주와 전남지역 내 우울증 등 정신건강위기학생을 치료·교육하는 대안교육 위탁기관들이 내년 초 광주시교육청과의 계약을 종료한다. 시교육청은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하고 있지만, 새로운 위탁 기관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8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 2월 광주 A학교와 전남 B학교의 위탁 계약이 종료된다. 광주·전남지역 유일한 병원식 대안교육 위탁기관으로, 두 학교 모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이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대안교육 위탁을 받아 운영한다.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이나 극단적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서적 어려움으로 학업 중단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교육과 치료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현재 광주와 전남지역 30여명의 학생들이 A학교에, 10여명의 학생들이 B학교에 입원해 상담이나 약물 등 치료와 함께 국어·영어 등 기본 교과목을 공부하고 있다.

과목별로 일주일에 두세시간씩 수업을 듣고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학력이 인정돼 진급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이 같은 형태의 대안교육 위탁기관은 많지 않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대학병원과 연계해 운영 중인 ‘병원형 위(Wee)센터’는 전북 두 곳, 대구 네 곳 등을 포함해 총 13곳뿐이다.

병원형 위센터는 학교·교육청·지역사회가 연계해 정신건강 위기 학생들을 통합 지원하는, 교육부의 ‘위(Wee)프로젝트’ 체계 중 하나다.

광주지역 학생들은 내년부터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됐다. 위탁 종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새로운 위탁 기관이 나타나지 않아서다.

내년도 광주 지역 학생 심리지원 등 예산은 약 19억5000만원으로, 이 중 9억7000만원이 학생들의 치료·입원비 지원에 쓰인다. 다만 새 위탁 교육기관이 정해지지 않아, 그에 맞는 예산 역시 세워지지 않은 상황이다.

광주시교육청은 당장 오갈데 없어진 학생들을 맡아 치료·교육해 줄 병원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새로운 병원이 정해지기만 한다면, 내년 하반기께 추경예산을 세워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과 교사 인건비 등 부담을 떠안아야 해 선뜻 나서길 주저한다. 시교육청이 A학교와 B학교에 매년 지원해 온 각각 6700만원, 2500만원의 교육운영비로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학병원 내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많지 않은 점도 사업 진행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노정현 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관은 “최근 극심한 우울증이나 중증 ADHD 등 응급진료가 필요한 수준의 정신건강 위기 학생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한 아이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예산이 얼마가 됐든 (대안교육 위탁기관 사업에) 무조건 투자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대구의 병원형 위센터 모델이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인데, 광주도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지속가능한 방식을 검토해야 할 때다. 당장 계약 종료 기간이 얼마남지 않은 만큼, 많은 병원들이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