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문제집서 출제' A고교, 수학 시험도 '말썽'
세 차례 문제 정정… 학생들 혼란 ||학교 “공부했으면 유추 가능” 논란 ||지난해에도 과목별 오류문항 정정 ||교육청 “문제출제역량 제고할 것”
2022년 12월 19일(월) 16:38
광주 지역 모 사립고등학교가 물리I 과목 중간·기말고사 문제 대부분을 EBS 문제집에서 출제해 교육청의 감사가 예정된 가운데, 수학 과목 역시 시험 시간 동안 세 차례 문제 오류 수정이 이뤄져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 북구의 A고등학교에서 지난 9일 치러진 2학년 2학기 수학(미적분) 기말고사에서 시험 시작 이후 세 차례 문제 오류 수정이 이뤄졌다.

미적분 담당 교사는 시간차를 두고 직접 교실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문제 수정을 요구했다. 시험 시작 15분 뒤에 2번 문제, 오류 수정 후 15분 뒤에 7번 문제, 시험 종료 10분 전에 12번 문제. 50분의 시험 시간 동안 총 3개의 문제가 수정됐다.

학생들은 오류가 난 문제에 시간을 쏟느라 온전히 실력발휘를 못했다는 입장이다.

2학년 B학생은 "수학은 시간 싸움"이라며 "오류 문제가 3개나 있었고, 순차적으로 (오류가) 바로 잡다보니 쓸 데 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했다. 2번 문항 배점은 4.5점으로, 문제 당 배점도 높다. 평소 수학에 자신 있었는데, 한 문제에 시간을 오래 잡고 있느라 이번 수학 시험을 망쳤다"고 토로했다.

실제 시험 직후 몇몇 학생과 학부모들은 항의했고 학교 측은 해당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그 과정에서 "공부를 했더라면 오류난 문제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학생들을 탓하는 발언을 해 더 큰 분노를 샀다.

후속 조치도 논란이다. A고교는 미적분 과목의 재시험은 따로 치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험이 종료되기 전에 오류가 정정된 만큼,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조건으로 시험을 치렀다는 이유에서다.

광주시교육청도 미적분 과목은 재시험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시험 시간 동안 세 차례나 문제가 정정된, 부적절한 사안임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재시험까지 갈 사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적분 담당 교사에 대한 징계 등 처분은 온전히 학교장에게 있다"며 "2019년부터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법적 기구로 격상되면서 학업성적 관련 제반 사안은 모두 학교에서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처리한다. 교육청은 그저 개선토록 요청하거나, 대동고 시험지 유출 사태처럼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감사를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2022학년도 광주시 고등학교 학업성적 관리 매뉴얼' 제3장 제8조에는 '각 교과 담당 교사가 2인 이상일 때는 반드시 협의해 평가 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험지 최종 인쇄 전 오류가 없는지 담당 교사들끼리 교차검증을 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A고교의 미적분 담당 교사는 한 명 뿐이라 따로 교차검증 과정이 없었고, 해당 교사가 시험 당일까지 문제오류를 인지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더욱이 해당 고교는 지난해에도 과목별 교사들이 시험기간에 오류난 문제를 수정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미적분 사태를 가벼이 넘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시교육청은 반복되는 시험 출제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 교사 대상 시험 출제 역량 제고 연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시교육청 주관으로 연구부장 및 희망 교사들 대상으로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과목의 시험 출제 역량 강화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관내 전체 학교 대상 △평가·관리/출제 역량 강화 △생활기록부 기재 △진로·진학 역량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 전문외부강사 위촉 의무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A고교는 물리I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문제 대부분이 EBS 수능특강에서 출제돼 두 시험 모두 재시험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다만 해당 교사가 또다시 재시험 문제를 출제해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물리 담당 교사가 한 명인 만큼, 다른 학년의 동일 교과(물리) 교사의 검토를 받아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면서 "물리 과목 시험과 관련된 진상은 오는 21일 중간고사 재시험이 끝난 이후에 감사를 통해 밝혀낼 예정"이라고 답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