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0일(화) 15:36 |
최영림 애돈인 대표(오른쪽 첫번째)와 자녀 최희진씨. |
21년째 해남에서 고구마 사료를 먹여 키운 돼지로 16가지의 돈육가공품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는 축산인이 있다. 최영림 애돈인 대표다.
최 대표는 현산면에서 '다우리'돼지농장을, 마산면에서 가공공장을 운영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 돌발변수로 인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가공 시 사용되는 농수산물 재료 수급도 농가 상생을 위해 직거래 방식을 고집하고 있어 해남 특산물인 고구마 사료를 먹인 돼지의 변신이 기대된다.
●고구마 먹인 돼지로 소시지 생산
해남군 마산면 식품특화단지길 28. 식품특화단지길 초입에 들어서자 돼지머리 모양의 건물이 눈에 띈다. 건물 뒤편에 위치한 공장 내부로 들어가 보니 돼지고기 분쇄기가 굉음을 뿜으며 작동되고 있다. 분쇄기 한편에서는 한 남성이 위생모와 흰 작업복을 착용한 채 분쇄된 돼지고기를 소시지 모양으로 반죽하느라 분주하다. 최 애돈인 대표다.
최 대표는 1994년부터 해남군 현산면 월승리 930 일원에 다우리 농장을 조성, 돼지 2500두를 사육하던 중 2001년 해남군농업기술센터의 제의를 받아 고구마 급여 사료 개발 시험에 참여하게 되면서 고구마 사료의 효능을 확인하게 됐다.
최 대표는 "돼지를 키우면서 해남 고구마의 명성을 알고 있었다. 고구마 가루를 급여하는 사양시험을 통해 돼지고기 육질에 어떤 효과가 미칠까 궁금했다"며 "2001년에 6개월간 고구마 가루를 급여하는 사양시험을 진행한 결과 일반돼지고기보다 불포화지방산 함량 3%, 칼슘 7배, 인이 10배 높게 나타나는 효과를 발견하게 됐다"고 밝혔다.
평소 가공화에 관심이 많았던 최 대표는 시험을 토대로 본격적으로 고구마 사료 급여를 시작, 돼지를 가공하기 위해 다우리 농장에서 30㎞ 떨어진 해남식품수출특화단지에 2016년 12월 가공공장을 설립했다.
가공공장을 통해 발효소시지 살라미, 소시지, 떡갈비 가공품, 포르게타 등 16가지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6가지 제품들은 온라인 해남 직영쇼핑몰 '해남미소'와 순천, 장성, 해남 등 농협 로컬푸드 매장 5곳에 판매돼 지난해 기준 연소득 5억5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16가지 제품들은 기름 부위 제거·정형→염지·4일 숙성→3시간 훈연 가열→냉각 6시간→2차 살균 과정을 거치면 제품화된다.
16가지 제품 가운데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은 포르게타이다. 진공포장돼있어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 대표가 건넨 포르게타 소시지를 한입 베어 물어보니 겉은 바삭하고 허브 향신료와 함께 버무려진 돼지고기의 부드러움이 입안을 감돌았다.
최 대표가 양돈 가공에 뛰어든 이유는 본인의 전공 영향이 컸다.
최 대표는 "1987년 건국대 축산학과를 전공, 소(오리, 닭)·중(돼지)·대(소) 가축 크기별 포괄적인 이론을 학습했다. 돼지 특징이 수정→시장 판매까지 11개월로 단기간 소득을 낼 수 있어 돼지 사육을 선택했다"며 "국내 양돈농가 대부분 돼지를 1차 도축해 삼겹살, 항정살 등 고기로만 판매하고 있어 돼지를 활용한 가공화 시장을 개척하고 싶어 가공까지 시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 소세지 가공 체험 신설
최 대표는 안정적인 판로 기틀을 확보했으나 계절 상관없이 발생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예방하기 위해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최 대표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만 유일하게 백신이 없어 돼지가 사료를 섭취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이면서 폐사율만 30%에 달한다"며 "24시간 수시방역에 추가적으로 사료 급여 시 영양제, 마늘발효 미생물을 첨가해 면역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방역에 고삐를 조이며 최근 들어서는 자녀 최희진씨가 소시지 가공 체험 프로그램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희진씨는 2020년 전주한국농수산대학교 양돈 학과를 졸업, 돼지 사육부터 소시지 가공까지 소비자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2021년부터 관내 학교·기관 등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가공 체험을 시행하고 있다.
가공체험에는 지난해 300명, 올해 10월 기준 60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제품 출시·농가 상생 앞장
애돈인은 2007년 해썹(HCCP)·2008년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데 이어 2015년 세계농업기술상(협동영농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수상에 안주하지 않고 최 대표는 지난해 독일 선진지 견학을 다녀와 내년 3가지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최 대표는 "독일은 소시지의 본고장이다. 독일의 경우 유통되는 소시지 종류만 100여가지로 갈매기살·항정살, 항정살·가브리살 등 두가지 부위를 섞어 만든 독특한 소시지를 접하게 됐다"며 "견학을 바탕으로 독일식 족발 슈바인학센, 뼈 없는 순살 하몽, 항정살을 발효시킨 관찰레 등 3가지 제품을 내년 출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최 대표는 대형 유통업체에서 생산되는 가공 소시지에 맞서기 위해 지역 농산물만을 사용한 소시지 가공·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최 대표는 "소시지를 가공화할 때 사용되는 마늘, 소금 등은 총 5개 농가와 직거래 방식으로 수급받아 사용하고 있다"며 "전남 소시지 하면 '에돈인'을 떠올리고 지역 농가들과 상생할 수 있게끔 꾸준히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 소시지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돈육가공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탄탄한 이론을 습득한 이후 도전하기를 당부했다.
최 대표는 "국립 축산과학원 산하 소규모 육가공 연구회가 운영되고 있다. 돈육가공분야는 해썹(HCCP)인증 외에도 검증받아야 할 행정분야와 법규 준수사항이 까다롭다"며 " 육가공 연구회를 통한 탄탄한 사전학습을 거쳐 돈육가공 시장 분야에 도전하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글·사진=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