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화(58·물드림봉사단 대표) (481/1000)
2022년 12월 04일(일) 16:12
광주사람들 양은화

"안녕하세요. 저는 물드림봉사단 대표를 맡고있는 양은화입니다.

경북 안동에서 살면서 지인들과 자주 봉사활동을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13년 전 광주로 오게 되자 이곳에서도 봉사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는 사람도 없고 혼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베풀 때마다 보람을 느끼는 성격이 어디 가질 않더라고요. 때마침 2016년 하계유니버시아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습니다.

이후 신가동과 수완동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하다가 직접 단체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물드림봉사단을 설립했습니다. 봉사활동에 열정적이고도 자주 참여할 수 있는 10명을 모집해서 올해로 운영한 지 4년이 됐습니다. 우리 물드림봉사단의 주된 활동은 염색봉사입니다. 단순히 염색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안부도 묻고 간식거리도 나눠먹으면서 어르신들에게 활기를 북돋아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얼굴을 보니 살 것 같다', '시간 내줘서 고맙다', '사진에 예쁘게 나와서 좋다' 등 봉사활동을 다니며 감사 인사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어르신은 장애를 가진 분입니다. 몸이 불편해서 보호사의 도움 없이는 일상이 힘겨운 분인데도 한 달마다 염색하러 찾아갈 때마다 송정시장에서 엿기름을 사서 직접 담근 식혜 한 병을 대접해주십니다. 그 식혜를 마실 때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무언가를 해야만 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봉사활동 현장에 나가보면 그냥 가만히 서서 인사를 건네고 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주는 사소한 일도 봉사가 될 수 있습니다. 봉사의 의미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함께 있는 것입니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현장에서 오고 가는 사랑을 다들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광주사람들 양은화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