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포르노(poverty porn)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2022년 12월 04일(일) 12:47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속담처럼 가난함 속에서도 온정의 손길을 건네주는 '따스함의 유전자'를 가진 민족이었다.

지금도 그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연말이면 각계각층에서 김장나눔활동과 모금운동 등 이웃을 돕는 행사가 줄을 잇는다.

지난 1일 광주와 전남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사랑의 온도탑 점등식을 갖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모금활동에 나섰다.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 1%가 모금될 때마다 수은주가 1도씩 올라가며 목표가 달성되면 100도에 다다르게 된다.

광주 목표액은 48억4000만원이며 전남은 99억2000만원이다.

이 날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동심동덕(同心同德)의 지혜로 살기좋은 전남 행복시대를 열어가자"고 말했다.

이 행사는 내년 1월말까지 계속된다.

구세군의 자선냄비 거리모금활동도 시작됐다. 광주 동구 충장로 등에서 모금활동을 하는 구세군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있다.

착한 마음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이들과 달리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미디어에 등장한 '빈곤 포르노(poverty porn)'가 대표적이다. '남의 빈곤을 즐긴다'는 뜻이며 관음증 등 선정성을 말하는 '포르노'와는 다른 의미다.

이 개념은 1981년 덴마크 인권운동가 요르겐 리스너가 굶주린 아이들의 이미지를 기금모금 운동에 이용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호단체들이 모금을 위해 기아, 빈곤, 어린이들의 상황을 노출시켜 동정심을 불러일으킨 뒤 기부금을 늘리기 위한 미디어 유형을 말한다. 이후 공감하는 여론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



캠페인을 보면 기아에 뼈만 남은 아프리카 어린이나 질병으로 얼굴에 파리가 잔뜩 내려앉은 어린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 마지막 자막에 '당신의 주머니 속 1달러가 이들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넣는 방식이다. 감성을 최대한 자극하며 의도적으로 비극을 부각시키는 게 특징이다. 모금효과를 극대화 시키겠다는 의도다. 결국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두번 울리는 경우에 해당된다.

다행히 이들의 수법이 널리 알려져 요즘은 이같은 기금모금 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다행스런 일이다.

한국축구가 월드컵 16강 진출한 뉴스 말고는 딱히 기쁨도 즐거움도 없는 연말이다.

취업난, 대출이자 인상 등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어렵고 아픈 사람들을 악용하는 사례는 없어졌으면 한다.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