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01일(목) 16:00 |
천년의 숨결 쇼룸 |
고려청자박물관이 확 달라졌다. 고려청자박물관의 전신은 1986년 개소한 강진 고려청자사업소다. 36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의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층 재밌고 친숙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날로그 예술의 최정점으로 볼 수 있는 고려청자에 최첨단 4차산업혁명 기술이 더해졌다.
● 아이와 함께 '플레이 셀라돈' 감상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이 본관 2층에 '플레이 셀라돈'을 선보였다. 셀라돈(celadon)은 청자를 뜻하며 플레이 셀라돈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키즈카페다.
플레이 셀라돈은 지난 2021년 문체부 실감콘텐츠 체험존 조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올해 시설을 구축하고 최근 설치 검사까지 통과했다.
트램펄린, 미끄럼틀과 같은 놀이기구 이외에도 디지털 매핑, VR 등 실감콘텐츠가 눈길을 끈다. 빈 종이에 그린 그림이 민무늬 청자에 그대로 투영된다거나, 모래를 이리저리 만지면 모래 위에 선명한 공룡 화석이나 화산 용암 이미지, 별자리 등이 투영되는 방식이다. 벽에 설치된 스크린에 공을 던져 청자 도둑을 잡는 콘텐츠도 인기다.
나만의 고려청자를 디지털로 빚을 수 있다. 스크린에 12개의 청자 형태와 10개의 문양이 마련돼있고 간단한 터치로 개성 넘치는 가상의 고려청자를 만들 수 있다. 선택한 문양은 쉽게 더하거나 뺄 수 있고 두께도 조절 가능하다. 완성된 작품은 이름을 넣어 전시할 수도 있다.
플레이 셀라돈은 12월까지 시범 운영하고 이용객 설문조사로 차후 개선 사항들을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전화 사전 예약제로 하루 총 4회 1시간당 30명씩 이용할 수 있다. 여유가 있을 경우 현장에서도 접수 가능하다. 내년부터 홈페이지 예약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 1층에는 '천년의 숨결' 쇼룸이 마련돼 있다. 고려청자 유물과 발굴 등에 관한 정보를 화려한 빛과 압도적인 3차원 영상으로 안내한다. 6면 전체가 LED 조명과 양면 거울로 꾸며진 '인피니티 미러존'에서 공간의 무한함과 경이로움마저 느낄 수 있다.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은 내년에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아이를 동반한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 도공 예술혼…직접 느껴 보고 만들어 보자
고려청자박물관에서 청자를 만들어볼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 1층 체험존에서 가상으로, 다른 하나는 실제 청자 빚기 체험 참여로 가능하다.
디지털박물관에서는 터치 스크린을 활용해 청자 제작 순서(수비-연토-성형-정형-초벌-시유-재벌-선별)로 진행된다.
청자 빚기 체험은 세가지 프로그램이 마련돼있다. 물컵, 머그컵, 반상기 등 미리 성형돼있는 그릇에 그림이나 글씨를 새기는 '조각체험'으로 1시간 가량 소요된다. 체험 비용은 7000원부터 7만원까지 청자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처음부터 원하는 모양대로 성형하고 싶다면 '코일링 체험'을 선택하면 된다. 500g의 흙을 가래떡 모양으로 만들어 원하는 형태로 쌓아 올릴 수 있다. 흙이 구워진 상태 여부에 따라 5000원, 1만1000원 두 가지 코스로 구분된다. 마지막으로 15분 소요되는 '물레 체험'이 있다. 1kg 내외 흙을 물레에 올려 원하는 그릇을 만들 수 있다.
체험객들의 청자 빚기가 끝나면 800~850도 온도로 1박 2일간의 초벌이 진행되고, 유약을 바른 뒤 하루에서 이틀 뒤 다시 본벌(재벌)에 들어간다. 본벌은 가마의 종류(가스식, 화목식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역시 1박 2일은 걸린다.
보통 한 가마에 크고 작은 청자 800개가 들어가고 넣는 데에만 4시간이 걸린다. 초벌과 본벌까지 네 번을 넣었다 빼야 하고 1년 365일 운영한다. 작품은 체험 후 90일 뒤 택배(착불) 또는 직접 방문 수령 가능하다.
청자 빚기 체험 만족도는 수치로 드러난다. 연간 체험 인원이 지난해 5042명에서 올해 11월 기준 7972명으로 늘고 체험료 수입도 2900만원 늘어난 7800만원을 기록했다.
●고려청자, 온라인 경매로 구입하면 훨씬 저렴
"비가 개고 안개가 걷힌 뒤, 먼 산마루 위의 담담하고 갓맑은 하늘빛 같다."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고려청자를 두고 한 표현이다. 맑고 투명한 푸른빛으로 유명한 고려청자는 고유의 독특한 색감과 유려한 곡선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하늘이 빚고 땅이 색을 입혔다'는 고려청자를 어떻게 구입할 수 있을까. 박물관 앞 청자판매장이나 인근 청자촌에서 구할 수 있고 관요의 경우 지난해부터 온라인 경매로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경매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온비드' 홈페이지에서 진행한다. 고품질 관요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특히 회차마다 매·주병, 주자, 호, 화병 등 다른 종류의 작품을 올리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온라인 경매가 시작된 2021년 22회 99점이 경매에 올랐다. 99점 전체 정가 8600만원어치 청자가 6200만원에 낙찰됐다.
11월 현재 110건 작품이 조회수 2만7983건을 기록하며 유찰없이 팔렸다. 투찰 인원만 772명에 달한다. 지난 달22일 경매에서는 정가 80만원짜리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 48만원에 낙찰됐다. 같이 입찰한 청자상감운학문주병과 청자기린유개향로는 각각 30만 원에 팔렸다. 세 작품 평균 낙찰률은 138%에 달한다.
온라인 경매 가운데 가장 비싼 작품은 올해 5회차에 올라온 700만원짜리 '청자상감운학문주병'으로 351만원에 낙찰받았다. 크고 고가여서 박물관 직원이 서울까지 직접 배송했다.
내년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 월 1회씩 병행할 방침이다. 고가 및 다회 낙찰자를 대상으로 판매장 방문 구매 시 청자 할인 이벤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 민선8기 5대 분야 60대 프로젝트 추진
일자리와 인구가 늘어나는 신강진 건설을 위한 60대 프로젝트 가운데 '예술자기와 생활자기 병행 육성'을 고려청자박물관이 추진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독창적이고 품격 높은 제품을 개발, 생산해 명품 강진청자의 위상을 드높이는 것이 프로젝트 핵심이다. 현대 트렌드와 기호에 맞는 작품으로 청자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강진에는 42곳의 청자업체(민간요)가 있으며 이용희 무형문화재를 비롯해 6명의 명인이 활동하고 있다.
'예술자기와 생활자기 병행 육성' 프로젝트는 크게 '관요'와 '민간요' 투 트랙으로 진행한다. 관요 부분에서는 국보와 보물 등 고려 청자 작품을 재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민간요 파트는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으로 생활자기 생산과 판매에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민간요 신상품 개발비 1억원, 대도시 전시 판매 1500만원, 맞춤형 장비에 3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청자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민간요 신상품 개발비와 체험장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예술자기와 생활자기를 함께 성장시켜 강진 청자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청자박물관은 제22회 대한민국 청자공모전을 추진중이다. 접시와 쟁반 등 마시는 것을 제외한 먹을 것을 담을 수 있는 청자를 주제로 1인 2건 이내 출품 가능하다. 시상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1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는 대상을 비롯해 최우수상, 우수상, 특선, 입선이 마련돼있다. 1차는 5~12일까지며 자세한 내용은 박물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강진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