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점' 정기국회
박성원 편집국장
2022년 11월 30일(수) 12:23
박성원 국장
대한민국 국회는 매년 9월1일 정기국회를 연다. 1975년 9월1일 국회의사당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전엔 12월31일 회기를 마치는 것으로 정해서 9월22일 정기국회가 개원했었다. 정기국회는 법률안 등 안건 처리 외에도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굵직굵직한 국정 현안을 처리하는 매우 중요한 장이다.

정권교체로 여야가 바뀌고 처음 열린 2022년 정기국회가 오는 9일 100일 간의 회기를 마치고 종료된다. 올 정기국회 성적은 몇 점일까. 국민 대다수는 낙제점을 줄 것 같다. 여야가 협치는 내팽개친 채 서로 힘자랑으로 일관하며 마치 대통령선거 '연장전'을 방불케 하는 싸움만 벌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호위무사나 된 것처럼 야당의 비판 공세 차단에 모든 당력을 집중했다. 과반의석을 훨씬 넘는 거대야당 민주당은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드러내는 데 열을 올렸다. 여야 모두 민생 현안은 외면한 채 극한 대립과 갈등을 이어간 사이 정기국회는 파행을 거듭했다. 정치라고 이름 붙이기조차 부끄러운 일방적인 주장, 폭로, 비방이 국회를 뒤덮었다. 대통령실에도 책임이 있다. 정기국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적극적인 중재나 조정을 외면해서다. 최근엔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여부를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며 2일 자정인 법정시한 내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정기국회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오래 지속되는 데도 여야 모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지켜보는 국민 역시 지쳐서 만성이 된 탓인지 무관심하다. 일찍이 공자는 '정(政)은 정야(正也)'라며 정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것이라고 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치는 없고 대결만 존재하는 지금과 같은 국회는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아질수록 정치인들이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진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은 깨달아야한다.

2022년 정기국회가 9일 남았다.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야 모두 남은 기간만이라도 정쟁, 직무유기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