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한정규> 환경이 남긴 추억, 그 속에 숨 쉬는 문학
한정규 자유기고가
2022년 11월 29일(화) 17:03
한정규 자유기고가
맑은 물, 청정한 공기, 비옥한 토양, 밝고 강렬한 태양은 만물의 터전이다. 만물의 터전인 물이 썩고, 먼지와 가스로 더럽혀진 공기, 우중충하고 찌뿌듯한 날씨,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에선 생물의 생육이 정상일 수 없다. 그런 환경에서는 인간의 정서가 불안정해지고 정신세계를 병들게 한다. 또 문학적 사고가 피폐해진다. 그런 문학적 사고에 살을 찌게 하는 영양분이 쾌적한 자연환경이다. 쾌적한 환경 속에서 문학가는 과거를 되짚어보고, 현재와 대화하며, 미래를 예측해 본다.

인류 역사상 자연에 의해 수많은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을 배경으로 쓴 소설과 수필 그리고 시라는 문학작품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있다.

지구 곳곳에서는 자연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쉴 새 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중 이탈리아 나폴리 서남쪽에 위치한 캄파니아 지방에 있는 고대 도시 폼페이가 인근 베수비오산 화산폭발로 사라졌다.

폼페이는 AD 79년 8월 베수비오산 화산이 폭발 18시간 동안 100억 톤의 화산재가 쏟아져 2~3m두께로 묻혀 버렸다. 한 순간에 죽음의 도시로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베수비오산은 그 후도 17세기와 1944년에 화산이 폭발 주변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 오는 등 많은 피해를 발생시켰다.

고도(古都)폼페이 발굴현장에서 손을 꼬옥잡은 두 남녀의 화석이 발견 많은 추측을 자아내게 했다. 폼페이와 관련한 자연 현상과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영화 '폼페이 최후의 날' 소설 '유적으로 읽은 폼페이 에르콜라노' 등 수 많은 문학작품이 있다.

폼페이는 문학작품의 보고(寶庫)로써 수필의 소재를 제공하고, 시상을 떠 올리고, 허구와 사실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끝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고도 폼페이라는 환경 그 현장을 보전 하는 것은 인류의 몫이며 그 속에 숨겨진 과거 세계를 찾아내는 것은 문학가의 몫이다.

문학은 환경이 있어야 하고, 환경은 문학가가 시로, 수필로, 소설로 나타냈을 때 생명력을 갖고 살아 움직이며 오랜 기간 지속된다. 그래서 환경과 문학은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

글을 쓰는 문학인은 보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사랑한다. 그래서 가꾸고 보전해야 한다. 그런데도 문학을 하는 사람, 그들은 환경오염에 대한 시나 수필, 또는 소설을 쓰는 것은 흔치 않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에 수필가 오남식씨가 펴낸 시집 〈팽이야 볕에서 놀자〉의 '흙 사랑'이란 시에서 오염된 환경을 정화시켜주는 흙의 역할을 애찬 했다. 그 시의 내용 중에

깨끗한 눈/ 빗물 받아주면서/ 더러운 오물까지 마다 않고/ 받아주는 넓은 아량/ 자신은 오염으로/ 심한 고통 겪으며/ 세월아 네월아 정화하는/ 훌륭한 정화작용/ 마냥 짓밟혀도 끄덕 않고/ 지혜랍시고 뿌려대는/ 독한 화학약품까지 먹어도/ 근본 잃지 않고 버티는/ 거룩한 사랑, 인내, 용기/ 그 누가/ 저만 잘 났다 하여/ 흙에다 함부로/ 침을 밷는 고

여기서 흙이라는 자연이 보여주는 듬직한 자태와 만물을 껴 않은 포근함 그리고 인간들에 의해 배출된 오염물질을 정화시켜주는 작용을 하는 흙, 그 흙을 사랑하는 시를 썼다.

이제 문학가들도 좋은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문학작품만을 쓸 것 아니라 자연환경과 환경오염을 함께한 시나 수필 소설을 써서 사람들이 갖는 환경에 대한 의식을 개선, 환경보전을 위한 노력을 다 함께 하도록 해야 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