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눈에 비친 '신안 멋·맛·美' 그림으로 탄생
군 ‘그림책 아일랜드’사업 인기 ||하의·압해·흑산도 아이들 작품 ||성과공유 ‘섬마을 산다이’ 개최 ||연말~연초 서울·광주 등서 전시 ||“내년엔 신안군 섬 전체로 확대”
2022년 11월 16일(수) 15:02
흑산도 그림책 수업

신안 압해도 그림책 수업

신안 압해도 그림책 수업

신안 압해도 그림책 수업

"내가 그린 그림이 그림책으로 나온다고요?"

신안군 하의도 하의초교 윤유빈(6년) 학생은 몇 차례나 "진짜냐"고 되물었다. '하의도 섬마을 그림책 만들기 수업'에서 자신의 그림이 책으로 출간된다니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다.

신안군이 지난 8월부터 진행중인 '그림과 섬문화'를 조명하는 '그림책 아일랜드' 교육문화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신안군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화 차원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추진하는 '지역문화 활력촉진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1004섬 신안'의 '섬문화 다양성'을 섬주민 손으로 직접 기록하게 만들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읽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안의 풍성한 생물과 식생, 문화 등 '섬문화 다양성'을 알리는 '섬마을 문화교과서'로 자리매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의도 보물들, 더 많이 알려지기를…

신안군 하의면복지센터와 하의중앙교회. 10여 명의 초등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림을 그리고 있다. 윤유빈 학생 등은 지난 8월부터 큰바위얼굴마을학교(대표 서현수)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전 김대중 대통령 생가와 모래구미해수욕장, 큰바위얼굴 등 하의도 명소를 돌며 그림을 그렸다.

윤유빈 학생은 "하의도가 유명해지고 많은 사람이 하의도를 보러 오면 좋겠어요"라며 지도교사 등에게 하의도 숨은 보물들을 설명해 준다. 삿갓바위로 불리는 두꺼비바위, 큰바위얼굴 섬 뒤편 해안동굴, 하의도의 가을 노을 등…. 하의도 현지인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장소들이다.

'섬마을 그림책 만들기 수업'은 교육의 틀을 뛰어 넘었다. 그림책 읽기와 그림 그리기, 글쓰기를 넘나들며 섬주민들과 강사진들이 소통했다. 신안 섬이 보유한 빼어난 자연 자원, 섬사람의 삶과 생활을 공유했다. 섬의 자연과 문화가 도화지 위에 작품으로 바뀐다. 그림책 수업은 캔버스를 무대로 섬 이야기가 오가는 섬문화 플랫폼이다.

하의도 섬마을 그림책 만들기 수업은 지난 4~6일 도초도 섬생태연구소에서 열린 그림책 캠프로 막을 내렸다. 캠프 마지막 날 윤유빈 학생은 운영진에게 부탁했다. "하의도 그림책이 나오면 열 권만 주세요. 친구들과 이웃집에도 나눠주며 자랑하고 싶어요".

그림책 수업은 참여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자기가 낳고 자란 하의도를 더 아끼게 해준 계기가 됐다. 하의도 그림책은 아름다운 고향 섬을 세상에 알릴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압해도·흑산도 마을학교도 그림책 수업

그림책이 섬사람들과 만나자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압해도 동트리마을학교(대표 강미라) 학생들은 '맨손어업'을 주제로 지난 16일까지 압해동초에서 그림책 수업을 진행했다. 흑산도 자산어보마을학교(대표 이영일) 아이들은 '홍어'를 주제로 19일 마을학교 등에서 그림책 만들기를 이어간다.

신안군이 그림책을 축으로 신안군의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유는 신안의 문화 다양성을 주민들이 기록하게 만들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읽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섬의 수보다 다양한 섬 이야기를 주제별로 담아낼 도구로 그램책이 가장 적합한 매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그동안 유아와 어린이들이 성장기에 읽어주는 아이들의 책으로 인식돼 왔다. 최근에는 남녀노소, 세대를 초월한 모두의 책으로 사랑받고 있다. 짧은 시간에 보고 이해할 수 있어 빼어난 소통 매체가 되고 있다. 여운이 남는 그림과 울림 있는 텍스트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며 감동과 위로를 전하며 치유제로도 쓰이고 있다.

신안군은 '그림책 아일랜드'를 기획하며 그림책과 다양한 섬문화가 만나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사업 시행 석달도 채 안돼 예상했던 대로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홍어 그림을 그리고 있는 흑산도 장우주 학생

신안 하의도 그림책 콘텐츠.

신안 하의도 그림책 콘텐츠.

참여한 아이들도 그림을 그리며 자신감을 얻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섬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지고 있어서다.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본 학부모 등 섬주민들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압해도 그림책 수업에 참여하는 이시훈 학생의 어머니인 정은주씨는 "수업 전에는 그림에 흥미가 없던 아이가 이제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그림책 수업도 좋아하고 수업 시간이 아니어도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학교 숙제 그림도 손톱만큼 작게 그리던 아이가 그림책 수업 후에는 커다란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고 웃었다.

호평이 이어지자 신안군은 곧바로 그림책 제작 등 후속작업에 돌입했다.

아이들이 만들어 낼 그림책이 신안의 풍성한 생물과 식생, 문화 등 '섬문화 다양성'을 알리는 '섬마을 문화교과서'로 자리매김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신안군은 그림책 제작 등 후속작업에도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올 연말과 내년 초 그림책 원화와 그림책을 서울과 광주 등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수업을 지도한 작가는 "아이들이 집에서 바라본 노을진 풍경, 등하굣길에 보던 염전과 일하던 사람들을 보고 느낀 그대로 풍경을 그림에 담고 글로 쓰고 있다"며 "섬마을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고 손으로 그려낸 그림책이 삶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신선한 문화 충격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신안 하의도 그림책 수업

신안 하의도 그림책 수업

●신안군 '섬마을 산다이' 행사 준비

신안군은 연말 '그림책 아일랜드'의 성과를 공유하는 '섬마을 산다이'도 개최한다. '산다이'는 섬 주민이 한데 어울려 즐기는 신안 고유의 축제문화를 뜻한다.

그림책 아일랜드에서 제작된 그림책과 원화 등 신안의 문화자산은 '팔금도 최하림 창고 그림책 놀이터'에 보관·전시된다. 농협창고를 개조해 문을 열게 될 이 그림책 놀이터는 생전에 그림책을 출간한 최하림 시인을 기리는 주민문화 공간이 될 전망이다.

김근하 신안군 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그림책 아일랜드를 포함한 신안군 지역문화 활력촉진 지원사업은 주민활동가도 참여해 아이들과 외부강사의 교감을 돕는 동시에 주민 스스로 지도 역량을 키우고 있다"며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사업을 확장해 압해·하의·흑산도를 넘어 더 많은 섬에서 주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며 보겠다"고 말했다.

신안 도초도 그림책 캠프. 흑산도 장우주 학생이 그린 그림

흑산도 그림콘텐츠.

흑산도 그림콘텐츠.

하의도 노을 풍경. 윤유빈 학생 작품

신안=홍일갑 기자 ilgap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