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78-3>고삐 풀린 방역… '실내감염 불안' 커진다
●방역 어떻게… 실내 다중시설 가보니||식당·카페·대중교통 등 ‘느슨’||실내 마스크 해제 시기 ‘촉각’||“실내 무의미” vs “재유행 우려”
2022년 11월 13일(일) 18:30 |
광주·전남 월간 확진자 추이와 코로나19 예방접종 현황. 서여운 편집에디터 |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는 분위기인데다 실외 마스크 착용이 전면 해제됐고,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이 만들어지는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방역 고삐가 풀릴 것으로 우려된다.
13일 오전 광주 서구의 한 예식장.
신랑·신부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빽빽하게 줄을 선 하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서로 사진을 찍기 바빴지만, 그중 몇몇은 더운 실내 온기에 손부채질하며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눴다.
한 하객은 "아직 한 번도 확진되지 않아서 어디서든 마스크를 꼭 쓴다. 하지만 최근 많은 사람이 실내에서 습관처럼, 아무렇지 않게, 원래 쓰지 않았던 것처럼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더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걱정은 나 같은 미확진자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동구 학동 인근의 카페와 술집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 많은 이들도 코로나19 재유행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이미 시민들의 인식은 '노마스크'인지 오래였다.
식당을 오가는 사람들 중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고, '코·턱스크'는 물론 마스크를 가방 깊숙이 넣어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맥줏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현성씨는 "식당에 들어설 때 마스크를 쓴 손님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노마스크'가 일상화됐다"며 "가게를 찾는 손님께 마스크를 써달라고 매번 얘기했지만, 이젠 사장님도 나도 거의 '반 포기' 상태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우리 가게만 힘들 뿐 손님들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같은날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잘 착용했다. 손님이 '턱스크'를 하고 버스에 올라타면 기사가 주의를 주는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한 승객은 "이전에 버스 시간을 맞추려 급하게 오느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버스에 올라탔다가 기사님께 혼쭐이 난 뒤부터는 시내버스를 타기 전 꼭 마스크를 찬다"면서 "시내버스 안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코·턱스크를 할 경우에도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시내버스를 탈 때는 불편함도 있지만 안심도 된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엔자(독감)에 코로나19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지만, 대중교통 이외의 실내에선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모양새다. 여기에 'n차 유행'을 거치면서 이미 확진된 이들이 방역수칙 준수에 좀 더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수능 시험을 앞둔 이들의 걱정 역시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수생 이모씨는 "시험을 코앞에 두고 걱정스러운 마음이다"며 "주변에서 마스크를 안 쓰는 경우가 많은데 재감염 사례도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마스크 의무 정책 완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어 조만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방역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지난 8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마스크 의무화 정책 완화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하고 있었는데 겨울철이 되면서 독감 유행과 코로나19 재유행이 증가해 당분간은 정책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 시민도 "겨울철 유행기가 끝나도 실내 활동이 실외 활동보다 많아지고 환기가 어려운 계절인 만큼 바로 안정기에 접어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되는 겨울이 끝나야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며 마스크 착용을 강조했다.
반대로 실외 마스크 착용이 전면 해제됐고, 사실상 거리두기가 사라진 상황이라 실내 마스크 착용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찬우씨는 "마스크가 방역에 필수적이라면 전 세계가 지켜야 할 텐데 한국만 유별나게 강조하는 느낌이 있다"며 "이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권고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