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가 인터뷰를 꺼려한 이유
도선인 사회부 기자
2022년 11월 10일(목) 13:39 |
도선인 기자 |
지난 7일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의 건물 철거공사가 1년5개월만에 재개된 가운데 당시 현장에 있던 구청 관계자는 황당한 말을 했다. 공사현장 취재를 공식적으로 허락했으니 더는 추가 질문을 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언론의 질문 공세를 부담스러워하는 심정은 이해하나, 철거공사 재개와 관련한 내용을 심의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담당자가 '사안에 대한 설명' 대신 갈음할 말은 아니었다. 책임자의 설명을 요구하는 몇 분간의 실랑이 끝에 다행히 관계부서는 결국 대표 인터뷰에 나섰다.
그런데 기자들의 질문은 취재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참사 이후 건물 철거가 얼마나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감시하기 위함이었다. 참사를 계기로 철거공법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기록할 필요도 있었다.
실제로도 학동4구역 현장은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시간 단축에 효과적인 위험천만 밑동 파기식 대신 건물의 가장 윗부분부터 해체하는 탑다운 방식으로 철거가 진행됐고 오래된 목조주택을 철거하는 것인데도 10명 넘은 안전감시 담당자가 있었다. 노동자들의 보행공간도 공사현장과는 확실하게 구분시켰다.
학동 참사 계기로 제도적인 부분에도 변화가 있었다. 광주시에 건축물해체심의위원회가 신설됐으며 이를 통해 전문가들이 관내에서 진행되는 건축물 철거 과정을 심의하도록 규정했다. 허가 건에 한정, 건축물 철거공사 현장에 상주감리 지정하도록 의무화한 것 또한 큰 변화다. 동구는 자체적으로 건축물 해체공사 업무 지침을 만들어 △공사현장 작업자 조직도 △해체공사 녹화 동영상 등을 추가로 확보하도록 했다.
관계기관이 정확한 사안 전달에 대한 브리핑을 주저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과도한 취재 열기에 대한 비판은 언론의 숙명이다. 타인에 관한 관심이 폭력이 되는 시대, 질문을 하는 마음은 항상 무겁기만 하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것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건, 취재 욕심이 아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