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1리터 3000원' 시대… 자영업자들 '한숨'
원유 ℓ당 49원 인상 적용||밀크플레이션 우려 확산||소상공인 “인상 부담 커”||정부 인상폭 자제 요청도
2022년 11월 07일(월) 13:22
7일 광주 동구의 한 카페에서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광주 동구 대의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39)씨는 최근 자주 들여다보는 자영업자 카페에 식음료 매장을 운영하는 업주들을 중심으로 '멸균우유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고 덩달아 고민이 깊어졌다.

김씨는 "작년에도 우윳값이 올라서 카페라테나 휘핑크림을 사용하는 음료들 가격을 조금씩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또 우윳값이 소매점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또 오른다고 하니 개인 카페 사장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를 사용해야 하는지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구 쌍촌동에서 프랜차이즈 카페 가맹점을 운영하는 김모(45)씨도 "프랜차이즈 매장은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본사에서 우유도 공급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인상분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물가 상승으로 여러가지 부분에서 힘든 마당에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우유를 만드는 '원유' 가격이 9년만에 최대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고되면서 우유 등 유제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지는 분위기다. 고물가와 소비 위축으로 시름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사이에서는 일찌감치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기존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낙농제도 개편안을 바탕으로 지지부진하던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이 최근 낙농가와 유업체의 협의로 ℓ당 999원으로 결정됐다.

기존 947원에서 49원 오른 것인데, 이는 지난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당시 106원이 오른 이후 두 번째로 큰 상승폭이다.

2013년 이후에는 동결과 인하, 소폭 인상을 반복하다 지난 2020년 21원 인상이 결정되며 지난해도 우유 소비자 가격이 오른 바 있다.

일반적으로 원유 기본가격이 정해지면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대형 유업체들은 줄줄이 우유 가격 인상을 단행해왔다.

서울우유의 경우 지난해 ℓ당 2500원이었던 흰 우유 가격을 2700원으로 올렸으며 지난달에는 체다 치즈와 피자 치즈, 슬라이스 치즈 등 40여종의 가격을 약 20% 올렸다.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은 올해 유제품 가격을 두 차례 인상했고 스타벅스 코리아, 커피빈 등 커피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의 유음료 제품도 가격이 인상됐다.

지난해 21원 인상으로 흰 우유 소비자가격이 1ℓ 기준 150~200원가량 오른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400원 후반에서 500원 사이 인상 폭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해당 인상률이 적용되면 현재 ℓ당 2700원대인 우유의 소비자 가격은 3000원대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를 주원료로 하는 유제품은 물론, 최근 고물가 상황과 맞물려 빵, 생크림, 아이스크림, 커피 등 관련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는 '밀크플레이션' 현상까지 우려되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상황에 정부는 유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와 인상폭을 최소화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김정욱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지난 낙농진흥회 이사회 결과 브리핑을 통해 "현재 음용유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멸균유 수입량도 올해는 3만톤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전반적인 소비 위축으로 업계에서 유제품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통을 통해 식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흰 우유는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가공제품의 인상폭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