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갑질, 이제는 멈춰야 할 때
김해나 정치부 기자
2022년 11월 07일(월) 13:09 |
김해나 기자 |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하는 행위다.
수많은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있는데, 직장 생활 중 발생했다는 것 외에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하며 자기 잘못을 모르거나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유발하거나 정신적인 고통을 줄 수 있다.
최근 김상묵 김대중컨벤션센터(DJ센터) 사장이 직원에게 폭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DJ센터 노조 측은 김 사장이 직원에게 "어떻게 일을 그따위로 하나", "(광주)시고 지랄이고", "싸가지 없는 것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거나 똑바로 해" 등 지속적인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DJ센터 사장의 갑질 논란은 광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집중 추궁됐다.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3일 DJ센터 행감에서 피해자의 육성 증언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행자위는 피해자가 그간 스트레스로 인한 이석증으로 쓰러졌으며 정신과에서 3개월 이상의 약물 치료와 관찰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인 고통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피해자 영상을 본 김 사장은 "'업무 추진 과정에서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한데 어찌 됐든 받았다니까 유감이고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는 피해자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않은 발언으로 기자는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꼈다. 본인의 잘못을 모르는 전형적인 가해자의 태도다.
행감에서 질타하던 노무사 출신 채은지 의원 역시 "피해자가 있다. 왜 자꾸 핑계를 대고 그 일(폭언)이 있어야만 했던 것처럼 말하나"고 지적했다.
목소리를 높이고 성질을 내는 것만이 폭언이 아니다. 피해자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모든 말이 폭언이다.
김 사장은 또 피해자의 증언에 대해 "상당히 부풀려져 있다. 저 건은 사려 깊지 못했지만 '지속적(인 폭언)'이란 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말한 '지속적'이 자기방어적 발언이라 한들 폭언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DJ센터는 광주를 대표하는 공공기관이자 민주인권평화의 상징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빌려 만들어진 기관이다. 하지만 그런 곳의 대표가 내뱉은 말은 전혀 민주적이지 않아 안타깝다.
DJ센터를 이끄는 대표로서 일말의 책임감과 양심이 있다면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김 사장이 행감에서 보여준 무책임한 발언에 실망감이 크다. 그는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잘못을 깨우쳐야 한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며, 민주주의의 상징인 '김대중'이라는 기관 명칭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
지금도 크고 작은 회사에서 비슷한 사례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권력형 '갑질'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