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려옥> 통합발주 아닌 '분리발주 입찰'이 답이다
김려옥 한국전기공사협회 전남도회장
2022년 11월 03일(목) 13:21
김려옥 한국전기공사협회 전남도회장
전기설계·감리용역 분리발주를 명확하게 규정한 '전력기술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 10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을 보면 △전기설계·감리용역 분리발주 명문화 △분리발주 대상 명확화 등이 골자다.

그래서였을까.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순천시가 지난 9월23일 1384억6600만원(추정금액) 규모의 '순천시 신청사 건립공사'를 통합발주로 입찰한 바 있다.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로 건축공사와 전기, 정보통신, 소방공사를 하나로 묶어 통합발주한 것.

한국전기공사협회측은 즉각 순천시를 방문해 '기술제안 입찰은 산업통상자원부 유권해석인 분리발주 예외사유에 해당되지 않고 공사품질 확보와 공사현장 안전을 위한 분리발주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반대의견을 전달했다.

그러자 순천시는 지난 10월14일 결국 입찰공고를 취소했다. 순천시는 "다각적인 검토와 고민 끝에 통합발주시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기업과 중소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분리발주를 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건설업계측은 분리발주보다 통합발주를 요구하는 양상이다.

건설업계측은 "기술형 입찰의 대전제인 통합발주 원칙이 변질·훼손되고 있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기술형 입찰이 분리입찰로 강행될 경우 예산낭비, 공기지연, 하자분쟁, 중대재해 발생 등 부작용이 크다"며 "순천시는 당초 공고대로 통합발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기공사 업계는 분리발주야말로 부작용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는 입장이다.

전기공사는 전기공사업법에 따라 다른 업종 공사와는 달리 분리발주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기술형 입찰의 통합발주 원칙은 어떤 법령, 규정에도 없으며 건설업계가 주장하는 분리발주 문제점과 부작용은 통합발주를 할 경우 나타나는 문제점일 뿐이다. 근거없는 억지이며 적반하장이 아닐 수없다.

그 실례를 들어보자.

순천시 신청사 건립공사보다 사업 규모가 큰 수천억 규모의 정부세종청사(2010년)와 정부세종 신청사(2020년)도 분리발주로 진행했다.

정부를 대표하는 상징성, 기념성, 예술성이 필요한 고난이도 건축물이지만 기술형입찰로 통합발주를 하지 않았다.

공종간 유기적인 협력체계와 책임감리, 공사감리를 거치며 종합관리를 통해 성공적으로 준공을 마쳤다. 결국 건설업계가 주장하는 '분리발주 부작용'은 없었으며 오히려 분리발주의 효용성을 명쾌하게 입증한 셈이다.

통합발주로 인한 부작용은 또 있다.

기술형 입찰로 통합발주하게 될 경우 일부 대형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입찰 1건당 통상 2개사 정도만 참가하게 돼 특정업체 특혜시비 및 입찰담합 의혹이 일게 된다. 대형 건설사는 전기공사업 면허만 보유하고 실제 전기공사는 전문 전기공사 기업에 저가로 하도급 주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나타날까. 상상을 초월한다. 시공품질 저하로 대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철거건물 붕괴사고, 아파트 신축현장 붕괴사고가 대표적이다.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법 저가 하도급에 따른 부실시공과 안전관리 소홀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기술형입찰로 통합발주할 경우 낙찰률이 95%를 넘는다. 반면 분리발주로 종합심사 낙찰제나 적격심사로 발주할 경우 평균 낙찰률은 80% 내외다. 예산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기술형입찰은 건설사들의 기피로 유찰을 겪고 있으며 사업 잠정중단 또는 수개월째 공사지연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자체와 발주처에서도 통합발주 문제점을 인식하고 분리발주로 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반갑다.

입찰방법을 기술형 입찰로 시행하더라도 전기공사가 주장하는 분리발주가 증가 추세다.

순천시도 대·중소기업과 지역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주자는 차원에서 분리발주로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기공사 업계가 분리발주를 요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안전시공과 우수한 시공품질 확보를 위해서는 분리발주만이 살 길이라는 점 인식해주기 바란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