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그루밍은 '범죄'
김혜인 사회부 기자
2022년 10월 04일(화) 17:23
지난 7월18일 광주의 한 여중생이 방과 후 대전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한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학교에 가방과 휴대폰을 놓고 가버린 학생의 행적은 두 달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경찰은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해 단서를 발견, 수사에 나선 결과 무사히 학생을 찾을 수 있었다.

수색 당시 모바일 게임에서 알게된 대전의 한 지인의 집에 갔다는 추측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학생을 데리고 있던 20대 남성에 대한 수상한 의심을 품게됐다. 광주 서부경찰은 실종아동법 위반으로 해당 남성을 검찰에 넘겼다. 그외 추가 범죄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이 단순 가출이었고, 신변에 큰 이상은 없었던 터라 떠들석했던 실종사건은 금세 일단락됐다. 그러나 학생이 연고도 없는 대전에 소지품을 전부 두고 갈 정도로 고민하기까지 어떤 심적 갈등을 겪었을지, 가정불화로 인한 속상한 마음을 대전의 남성으로부터 위로받으며 혹시 온라인그루밍에 노출된 것은 아닌지 온갖 추측들이 뇌리를 스쳐갔다.

이런 생각으로부터 출발한 온라인그루밍 취재는 쉽지 않았다. 직접 채팅 앱을 다운받아 익명의 누군가와 이상한 대화를 주고받는 순간 뭔가 잘못됐어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취재를 위해 불쾌함을 무릎쓰고 메시지를 보냈다. 각종 자료를 조사하면서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온라인그루밍에 노출되는 연령이 초등학생 수준까지 내려가고 있어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그루밍의 가해자는 상대방이 어떠한 의도로 자신에게 다가오는지 구별할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친분을 쌓아간다. 둘만의 비밀이라는 좋은 구실로 벌어지는 범죄는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피해자들에게 불편함과 문제의식을 일깨운다. 피해를 구제받고 싶어도 이미 몸과 마음이 너무 많이 다쳐서 오는 아이들이 많다는 한 상담소장의 말이 가슴 한 켠을 짓누른다.

사실 온라인그루밍은 최근에서야 벌어지는 일들이 아니다. 학생들도 스마트폰을 들고다니고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기기로 멀리 있는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수 있던 2000년대 후반부터 범죄가 들끓고 있었지만 10년이 지나서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그루밍도 범죄의 사전단계로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기업의 자유를 보장할 것이 아니라 자유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고, 국내에만 한정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관련 데이터를 국제적으로 공유하고 공조 수사까지 이뤄질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함께 상담소 몇 곳을 두고 지원과 보호를 운운할 게 아니라 전담기구를 설치해 성범죄 근절과 2차 3차로 벌어지는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