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탕감 vs 청년 '구제'… 청년 채무조정 두 시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투자실패 청년 ‘감면·상환 유예’ ||“이럴거면 나도 빚투했지” 박탈감 ||“투자원칙 위배…경제적 효과 의문” ||“금융 피해 청년들에 절실 구제책”
2022년 07월 25일(월) 16:27 |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과 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14일 정부가 투자 실패로 인한 저신용 청년층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이자 감면·상환 유예 등을 지원하는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청년들은 '공정성'을, 전문가들은 '타당성'을 두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청년들에게 사회적 디딤돌이나 방어기제를 정부가 마련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찬성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다만 두 입장 모두 본질적으로는 이 시대에서 보통의 청년들이 경제적 자립과 성공을 누리기 어렵다는 부정적 시각이 자리하고 있어 논란 자체가 뒷맛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25일 광주시와 정부 등에 따르면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는 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저신용 청년에게 이자 감면·상환 유예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운영 중인 신속채무조정 프로그램에 청년 특례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1년간 한시 운영한다.
만 34세 이하·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청년에 한해 연체 이전에도 신청 가능하며 △채무과중도에 따라 이자율 30~50% 감면 △최대 3년 원금 상환유예 △상환유예 기간 중 이자율 3.25% 적용 등의 혜택이 따른다.
일반 프로그램은 장단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고, 이자 감면 혜택이 없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시작부터 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대하는 입장의 청년들은 '투자 실패 청년의 재기를 돕겠다'는 제도의 목적부터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취업준비생 양서진(25) 씨는 "'청년특례'라는데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아니라, 쉽게 돈 벌려고 빚내서 주식·코인 한 사람이 지원대상이다"면서 "누군들 급여만으로 주택구매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나. 다만 그럼에도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과 스스로 선택해 위험자산에 투자한 사람들과의 구별은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20대 박모 씨 역시 "'어차피 지원해주니까'라는 위험한 생각을 불러일으켜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늘어날 것 같다"면서 "이 시대에서 월급만 받아서는 집 구입은 엄두조차 못내는 청년들이 차라리 모험에 나서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도 일차적으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정부가 시장경제에 개입하는 것은 자칫 위험한 신호가 될 수 있고, 국민감정을 거스르면서 시행할 만큼 제도의 경제적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윤상용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채무 부담을 해결해준다는 것은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에 어긋난다. 차라리 상환 유예 기간을 늘려주는 등의 완화책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조병수 호남대 경영학과 교수도 "1년 동안 이자 감면이라는 내용은 '언 발에 오줌 누기'로 유의미한 경제적 효과를 낼 것이라 보기 어렵다. 지원 대상도 어떤 기준인지 모호하다"면서 "파산·신용불량자들에 대한 지원은 기존의 채무조정제도로도 충분하다. 모두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세대 중에서도 '빚투'로 인한 실패자들을 지원한다는 정책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불법 금융 피해에 내몰린 청년들을 정부가 구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있다.
주세연 광주청년드림은행장은 "실제로 채무조정제도를 찾는 청년들은 불법 금융 피해에 심각하게 노출된 저소득층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은행에서 합법적인 대출을 받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라면서 '빚투'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규정했다.
주 드림은행장은 "설령 '빚투'라고 하더라도 삶의 안전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별다른 선택지도 가이드라인도 없이 방치됐던 청년들에 대한 구제책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가 채무를 지는 사람이 마치 '죄인'인 것처럼 낙인을 찍는다. 그러나 빚을 갚지 못하는 건 범죄가 아니며, 채무자들에게만 과한 책임과 의무를 묻는 건 합당하지 않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주비 인턴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