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69-1> 광주도시철도 2호선 '빨간불'… 시민들 '부글부글'
‘개통 지연·착공 불투명’ 소식에 ||차질 없다더니 뒤통수 맞은 격 ||실망·허탈… 이젠 행정 불신까지 ||가중될 시민 불편, 대책 마련해야
2022년 07월 10일(일) 18:38

지난 6일 광주 서구 상무역 5번 출입구가 광주 도시철도 2호선 1공구 공사로 인해 임시 폐쇄돼 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광주 동구 동명동에 사는 최모(65) 씨는 요즘 부쩍 한숨이 늘었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가 지연된다는 달갑지 않은 소식 때문이다. 집 앞에 지하철이 생긴다는 기대감에 소음도, 먼지도 아무 말 않고 참아온 그다.

애초 최씨의 집 앞은 왕복 8차로의 넓은 도로였다. 하지만 도시철도 공사가 시작된 이후 일부 차로가 통제돼 현재는 4차로로 줄었다. 이 탓에 항상 차가 막혀 최씨는 외출할 때마다 30분은 일찍 나서야 했다. 소음과 분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른 새벽 공사 자재를 싣고 내리는 굉음에 눈을 뜨고,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먼지를 마시는 일이 일상이 됐다.

그래도 큰 불만을 품지 않았다. 여러 논란 속에서 16년이라는 부침의 세월을 겪은 끝에 시작된 사업인 만큼 계획대로 잘 준공될 수 있길 바라서다.

최씨는 "소음도 크고 교통체증도 심해 힘들지만, 오랫동안 광주 시민들이 바라왔던 사업이고 결국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니 충분히 (불편을) 감수할 수 있었다. 집 앞에 지하철이 들어섰을 때 누릴 수 있는 장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고맙기까지 했다"면서 "그런데 공사가 몇 개월도 아니고 몇 년이나 늦어진다니…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너무 실망스럽다"며 한숨 지었다.

이젠 행정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도시철도 2호선 개통 지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이게 작은 공사도 아닌데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전문가들에게 묻고, 빠짐없이 체크해서 1안, 2안, 3안 등 미리 대안을 만들어 뒀어야 했다"며 "시민들에게 빨리 알리지 않은 점과 이런 상황(예산 부족)을 대비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행정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지난 6일 광주 동구 동명동의 왕복 8차로 도로가 광주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5공구 공사로 일부 통제돼 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도시철도 2호선 3단계 구간인 백운광장~효천역 인근 주민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열악한 교통편에 지하철 개통만 오매불망 기다리던 남구 주민들은 '3단계 무산 위기' 소식에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남구 노대동에 사는 윤가영(24) 씨는 "남구는 이렇다 할 랜드마크도 없고 교통도 불편해 늘 불만이었는데, 지하철이 뚫린다고 해서 그거 하나만 바라봤다. 이제야 교통이라도 좀 편해지나 싶었는데 기대가 다 물거품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남구 행암동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허모(54) 씨는 "지하철 공사가 늦어질 수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예 '무산' 이야기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며 "이곳으로 이사 올 당시 교통이 불편한 게 마음에 걸렸는데, 곧 지하철이 들어올 거라고 해서 '몇 년만 참자' 생각했다. 그런데 무산될 수 있다고 하니 이사 온 게 후회될 지경이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2호선 공사 장기화 탓에 시민들 불편도 가중될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렇잖아도 민원 발생이 끊이질 않는다.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에 따르면 공사가 시작된 2019년 10월 이후 연도 별 접수 민원은 △2019년(10~12월) 41건 △2020년 117건 △2021년 520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도 벌써 233건이 접수됐다. 대부분 안전·교통 관련 민원이다. 전체 민원의 60%가량이다.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편은 늘어난 민원으로 통감하고 있다"면서 "현재 가장 민원이 많이 접수되는 교통·안전 문제를 위해 교통처리대책TF를 구성하고, 도로 환경 정비를 한 달에 한 번 시행하는 등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공사로 인한 민원이 아예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공사 기간이 지연된 만큼 계속 여러 방안을 고민하며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광주 동구 동명동에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5공구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도로 통제로 '버스전용차로 임시폐쇄'를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지난 6일 광주 서구 치평동에 있는 한 식당 입구가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안전망, 안내판 등으로 인해 가려져 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강주비 인턴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