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창·조경희> 악법도 법이다?
조경희 동화작가
2022년 07월 10일(일) 14: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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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죽어가면서 마지막 남긴 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세계 4대 성인 중 한 사람으로 칭송받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말이기 때문에 잘못된 악법일지라도 법을 지키는 것이 진리인 것처럼 여겨왔고 믿었다. 그러나 이 말은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소크라테스가 한 것처럼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일본 법학자 '오다카 도모오'에 의해서다. 그가 펴낸 '법철학'이라는 저서에서 실정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 정당화할 목적으로 소크라테스의 최후를 끌어와 이용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에 의해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의 죄목은 첫째, 국가가 지정한 신을 믿지 않고 모독했다. 둘째,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점이다. 마지막 변론을 위해 재판정에 선 소크라테스는 목숨을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의와 진리를 설파하면서 시민들과 배심원들을 크게 꾸짖었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변론은 무죄를 주장하던 배심원들마저 등 돌리게 했다. 결국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제자들이 사형대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탈출을 시키려고 하자. 소크라테스는 "철학하는 자유를 포기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달라는 것이 내 이성의 명령이네."라고 하면서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다.
이처럼 자신의 철학적 신념을 위해 독배를 마셨을 뿐 '악법도 법이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플라톤은 '훌륭한 스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국가가 과연 옳은 국가인가?'라는 의문을 품는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명문가 출신이면서 탄탄대로 정치인의 길을 가고 있던 젊은 플라톤의 마음을 돌리게 만든다. 이로써 플라톤은 본격적으로 철학자의 길을 가게 된다.
'악법도 법이다'는 논리라면, 잘 못 된 법일지라도 지켜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2004년 대한민국헌법재판소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교육부에 '악법도 법이다'는 내용을 수정하라 요청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런데 아직도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모든 법이란 궁극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여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약속이다. 즉, 한마디로 말해 선한 목적을 위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과거 우리 국민은 수차례 '악법'의 등장으로 자신의 기본권마저 강탈당하는 아픈 역사를 겪어야 했다.
직설적으로 도출하자면 대통령의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하기 위해 특정 정당과 개인에 의해 법 중에서도 가장 상위법인 헌법을 수차례 고친 것이다. 알다시피 헌법은 우리나라의 가장 근본이 되는 법으로 누구 한 사람의 것이 아닌, 온 국민의 것이며 온 국민을 상대로 한 가장 중요한 약속이기도 하다. 오늘날처럼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게 되기까지 4.19 혁명, 유신 헌법 반대운동, 5.18 민주화운동 등.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따랐다.
지난 3월 9일, 대한민국은 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치렀고 이어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렀다. 그런데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주의 투표율이 37.7%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자칭 타칭 민주화의 성지라 불리는 광주에서 말이다.
우리가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각자의 자리에서 정의와 공정의 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할 때 민주주의는 앞으로 나아간다. 바쁘다는 핑계로 '누군가 대신해주겠지' 하는 방임적인 태도는 민주주의의 절대적인 걸림돌이자 해악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관심과 사랑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앞서간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정의와 공정의 법치주의를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할 때다.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