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자은도 주민들 '해수욕장 사유화' 씨원리조트 건립에 뿔 났다
해수욕장 사용 통제·진입로 사유화||'지오그룹 책임져라' 현수막 게첨||"기부채납·편의시설 공동 사용해야"
2022년 06월 21일(화) 17:34

지난 18일 자은면 백길해수욕장 인근에 문을 연 지오 그룹(회장 최일기)의 '라마다프라자 씨원 리조트'.

#'백길해수욕장인가, 지오 해수욕장인가 당장 개방하라 모든 책임은 지오 그룹에 있음을 엄중 경고한다'

#'백길 주민 기만하지 말고 약속대로 이행하라'

지난 18일 신안군 자은면 유각리 일원 진입로 전봇대에 걸린 현수막이다. 현장 분위기 탓일까. 구름 낀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마저 을씨년스럽다.

걱정없이 편안한 삶을 살던 신안군 자은도 주민들이 최근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마을에 조성된 지오그룹의 '라마다프라자 씨원리조트' 개장을 놓고 지오그룹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주민들의 터전인 바다(해수욕장)가 특정 기업의 소유물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호텔·리조트 건물에 대한 안전상의 논란도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인근 주민들은 지오그룹의 일방적인 사유지화를 멈추고 기부채납을 이행해 주민과 상생방안을 강구해 달라는 입장이다.

21일 신안군 자은면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오그룹(회장 최일기)이 지난 18일 자은면 백길해수욕장 인근에 '라마다프라자 씨원 리조트'를 개장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비롯됐다. 리조트가 들어선 곳은 3㎞에 달하는 백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이 있다. 그동안 자유롭게 백길해수욕장을 찾던 주민과 관광객들이 리조트를 거쳐야만 입장이 가능하게 됐다. 현재 백길해수욕장은 녹지공간 복원을 위한 환경정비사업으로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개장식 당일 지오 그룹이 일부 시설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채 오픈 행사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장애인 편익시설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로 임시사용 승인 신청만 해 놓고 오픈 축하 행사를 강행했다. 행사 전날에야 소방검사를 마쳤으나 부분 준공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위생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중 커피와 빵 다과 등을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오 그룹(회장 최일기)이 지난 18일 자은면 백길해수욕장 인근에 '라마다프라자 씨원 리조트'를 개장한데에 대해 인근 주민들은 기부채납방식으로 도로와 해수욕장을 공용으로 사용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리조트는 전체 객실 533실 가운데 415실과 부대시설이 우선 준공됐다. 이달 말까지 시범 숙박을 거칠 예정이지만 다음 달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상 운영될지도 미지수다.

지오 그룹은 리조트 옆 부지에 110실 규모의 추가 숙박시설을 지을 계획으로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여서 전체 사용 승인 시기는 불투명하기까지 하다.

주민들은 지오 그룹의 리조트 개장을 거세게 반발하며 기부채납을 이행해 해수욕장과 진입로를 공용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안군 자은도 주민들이 현수막을 설치하며 지오 그룹의 라마다프라자 씨원 리조트 개장을 놓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원춘 자은면 비상대책위원은 "가뜩이나 교통이 불편한 신안인데 지오 그룹측이 리조트 진입도로를 매입(사유화)해 이용객들만 사용하도록 도로로 조성한다고 한다. 지오 그룹은 신안군에 기부채납 해 진입로를 다 같이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지오 그룹이 리조트 내 샤워장과 화장실을 누구나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대책이라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오 그룹 측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답보 상태다.

한편 라마다프라자 씨원 리조트는 지난 2019년 신안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늘어난 관광 수요를 대처하기 위한 숙박시설이다.

지오그룹과 전남도, 신안군은 지난 2019년 4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이후 군 관리계획 용도지역 변경 심의와 착공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행정 절차가 완료됐다.

글·사진=홍일갑 기자

신안=홍일갑 기자 ilgap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