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정치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2년 06월 22일(수) 13:12 |
![]()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 가수 조용필의 '오빠부대'를 팬덤의 시초로 보는 견해가 많다. 텔레비전 보급과 함께 특정인을 환호하는 팬이 만들어졌다. 이후 1990년대 문화 대통령으로 불렸던 서태지와 그의 열성팬들이 등장했고, BTS(방탄소년단)에 까지 이어졌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팬덤을 강화·확산시켰다.
팬덤은 정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대한민국 최초의 정치인 팬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변과 카리스마, 지역주의 타파에 앞장서온 정치역정에 감동해 뭉쳤다. 인터넷을 통해 전국적으로 결집했고, 2002년 노무현 당선이라는 기적을 낳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 정치 문화를 한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팬덤은 정치인에게는 매력적인 무기다. 여론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대의정치의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지금의 팬덤 정치를 보면, 우려가 적지않다. 지지하는 정치인을 절대자로 '신격화'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진영에 있는 정치인에 대해선 언어폭력과 문자폭탄, 편가르기를 한다. 모임의 세가 커지고 권력화되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극단적인 진영논리에 빠지고, 순수한 팬심과 건강한 정치 감시 기능은 사라진다. 팬덤 정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지 정치인을 '연예인화'해버리면, 그의 정치도 민주주의도 망칠 수 있다. 국가와 민주주의에 약이 되느냐, 독이 되느냐는 팬덤의 의식에 달렸다. '정치 훌리건'의 행태는 멈춰야 한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