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허시명>막걸리의 신박한 변신
허시명 막걸리학교장
2022년 06월 06일(월) 13:57
막걸리가 달라졌다. 1000원짜리 패트병에 담긴 막걸리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1만원짜리 유리병에 담긴 프리미엄 막걸리가 판매되더니 해남 해창주조장은 출고가 11만원 막걸리를 만들어 시장을 놀라게 했다.

해창은 한 술 더 떠 도자기병에 24금 순금 마크를 단 아폴로 막걸리 160만원짜리를 내서 완판하고 술 애호가들의 넋을 빼놓았다. 기이하고 흥미로운 일들이 막걸리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1만원, 11만원짜리 막걸리를 누가 마실까. 나 혼자 11만원짜리 막걸리를 마시는 일은 어쩐지 사치 같다. 그렇다고 비싼 막걸리를 골라 누군가에 선물했던 기억은 없다. 막걸리 맛이 특별해 마신 것도 아니었지 않는가.

프리미엄 막걸리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은 배혜정도가의 부자 막걸리다. 2001년 첫 출시 됐는데 500㎖ 유리병에 담고 원주여서 알코올 도수가 16도로 높았다. 가격도 패트병에 든 제품보다 비쌌다. 양조장에서도 애초에 국내시장은 기대치 않고 수출할 요량으로 만들었다. 본격 프리미엄 막걸리가 출시되고 국내 소비시장이 형성된 것은 2009년 막걸리 붐이 일고 나서다.

선두에 섰던 제품이 함평 자희향 탁주다. 500㎖ 목긴 유리병에 담겨 소비자 가격은 1만6000원으로 비싸고 알코올 도수 12%로 일반 막걸리보다 두배는 높았다.

감미료 없이 단맛을 내고 전통 밀누룩을 사용해 옹기에서 100일 동안 저온 숙성시켜 술을 차별화시켰다.

충분히 높은 가격을 지불해도 될만 했고 특별한 자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기업인들이나 신상품을 탐험하는 젊은 세대들이 이 술로 건배하면서 이 정보가 언론에 오르내렸고 핸드폰으로 전송되면서 프리미엄 막걸리 종류도 늘었다.

프리미엄 막걸리를 파는 한식주점도 압구정에 '백곰막걸리'를 필두로 승승장구하는 주점이 늘어났다.

지난 2016년 음식점에서 양조장 창업을 할 수있는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가 생겼고 2017년 전통주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졌다.

2020년 일반 술을 핸드폰에서 주문하고 매장에서 직접 찾을 수 있는 스마트오더가 가능해졌고 양조장끼리 OEM 제작이 진행됐다. 충무로 '술술상점' 같은 한국술 편의점이 생겼고, 술구독 서비스가 자리잡게 됐다.

곰표와 조리퐁과 바밤바가 막걸리와 만나게 되고 아침 식자재 배송에 술이 동참하게 됐다. 제도가 달라지니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기고 술을 선택하는 취향 역시 달라졌다. 코로나19로 홈술, 혼술하며 국내 정보와 국내 여행에 집중하면서 한국술의 존재가 특별해졌다.

이런 현상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SNS 채널 안에서 전개되다보니 지역간 세대간 정보 편차가 발생하면서 그 편차를 뚫기 위한 새로운 사업 아이템도 생겨나고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가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이런 토양 속에서 가능했다. 1만원짜리 막걸리 두병, 11만원짜리 막걸리 한병을 선물하는 문화는 결국 프리미엄 막걸리가 생겨나면서 벌어진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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