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알리기도 벅찬데…섬 지역 현수막도 못거니 답답"
‘뗐다 붙였다’ 후보들 아우성 ||읍·면·동 소재지 현수막 '2개'||수십 개 섬 묶은 선거구 제약||시간쫓끼고 현수막까지 '진땀'||
2022년 05월 24일(화) 18:23
신안군 광역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한 후보 관계자들이 24일 홍도에 설치한 현수막을 수거해 흑산도로 향하고 있다.
"섬 특수성도 고려하지 않은 선거법 때문에 낙도에는 후보 현수막도 제대로 걸지도 못하는 상황이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행정소재지가 있는 본섬과 수 십 개의 부속섬으로 이뤄진 선거구를 둔 6·1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섬지역 유세를 하며 느낀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현수막은 읍·면·동 소재지별로 현수막 2개 이내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섬을 지역구로 둔 후보들은 읍·면소재지나 왕래가 많은 곳에 현수막을 내걸다 보니 작은 낙도에는 후보 현수막을 거는데 한계가 뒤따른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섬 지역 유세에 나서는 후보들은 읍·면 소재지에 걸어둔 현수막을 떼어 섬 지역에 다시 붙이는 '뗐다·붙였다'를 반복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이지고 있다.

실제 전남도의회 신안군 제2선거구에 출마한 최미숙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돌입 이후 매일 낙도 유세에 나설 때면 면소재지에 걸어둔 현수막을 떼어서 들고 가는 게 일상이 됐다.

신안군 제2선거구는 비금면, 도초면, 흑산면, 하의면, 신의면, 장산면, 안좌면, 팔금면 등 8곳 모두 섬으로 이뤄졌다.

선거법 때문에 최 후보는 총 8개면에 2개씩 총 16개의 후보 현수막을 내걸 수 있다. 타 후보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권자가 많은 면소재지 등에 현수막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낙도에 현수막을 걸기 위해 현수막을 늘 지참한다.

최미숙 후보는 "섬 지역 특성 상 유권자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은 현수막이 유일한데 면 단위마다 2개씩 제약이 따르다보니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별 수 없이 매일 현수막을 가지고 배 시간에 맞춰 섬마다 돌아다니며 게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섬 지역은 배 시간 등 이동에 제약이 따르면서 대다수 후보들은 섬 지역 현수막을 거는 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용찬 후보는 "매일 섬마다 오가며 현수막을 내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주요 면사무소 소재지 섬에만 각각 2개씩 내걸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읍·면·동 소재지에 현수막 2개로 제한하는 선거법이 섬의 특수성과 섬 유권자들의 후보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안군 흑산면 홍도 1구 최성진 이장은 "섬 지역민들은 후보자들의 얼굴도 모른 채 투표소로 가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육지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섬 지역의 경우 이동상 제약 탓에 후보자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비대면 선거운동, 섬마다 현수막 게첨 등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고민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