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57-4> 여순사건 기리는 '기억공간' 조성 속도낸다
민관 협력 첫 기념관 순천시에 개관||오동도 기념관, 영상체험·상영관도||여수시, 국가적 기념공원 조성계획||전남도 "진상·피해조사 후 본격 추진"
2022년 04월 03일(일) 17:28

여수시는 지난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발맞춰 오동도 내에 여순사건기념관을 조성해 운영 중이다. 여수시 제공

제주 4·3평화기념관과 너븐숭이 4·3기념관과 마찬가지로 여순사건을 기릴 수 있는 기념관들도 하나둘 문을 열고 있다.

전남도는 현재 진행 중인 진상규명, 피해신고 접수를 마무리한 뒤 올해 중으로 예산을 편성해 내년부터 기념사업 조성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가장 먼저 개관한 여순사건기념관은 순천에 있는 '여순항쟁역사관'이다. 2020년 문을 열었다. '여순항쟁 순천유족회'가 순천시 장천동에 있는 유족회관 2층을 리모델링해 역사관으로 만들었다. 순천시가 예산지원을 하기는 했지만, 유족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그 의미가 더 크다.

여순항쟁역사관은 내부 개조부터 자료 및 디자인 구성, 제작 전시까지 여순사건 유족, 순천시 등이 함께했으며, 여순사건이 발발한 지 72년 만에 국내 처음 개관한 여순사건 관련 기념관이다.

역사관은 6개월간 여순10·19특별법제정범국민연대 소속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참여해 전시 주제 설정 및 여순항쟁 역사 검토 과정을 거쳐 전시자료를 수집해 개관까지 이르렀다.

역사관에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와 연구 성과, 유족과 지역민의 증언을 바탕으로 여순항쟁의 개요와 전개 상황 등이 전시 중이다. 이밖에도 유족의 상황과 활동, 통계로 보는 피해 상황, 여순항쟁의 전개 및 피해 상황, 정부 대응과 왜곡, 진실 규명 노력과 여순항쟁 역사지도 등 여순항쟁의 역사를 알리는 데 필요한 사항을 담아냈다.

여순사건 기념공원 조감도. 여수시 제공

여수 오동도에도 여순사건기념관이 있다. 여수시가 지난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발맞춰 개관한 기념관이다.

오동도에 마련된 기념관은 해방 이후 혼란기를 겪었던 대한민국 상황, 전개과정, 특별법 제정을 위한 민‧관 노력 등 6개의 아카이브와 손가락 총을 형상화한 포토존으로 구성됐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현재의 아름다운 관광도시로 도약한 여수의 주요 관광지 VR 파노라마관과 여순사건 영상체험 및 상영관도 운영 중이다.

국가차원의 추모시설 건립도 추진된다.

여수시는 한센인 폐축사로 알려진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일원에 총 부지 34만㎡의 '여순사건 기념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제주4·3평화공원과 같은 개념의 국가차원 추모시설이다.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인 2020년부터 전문 연구기관을 통해 관내 후보지 9개 지역에 대한 용역을 진행하고, 개발 용이성, 접근성, 연계성, 역사성 등 입지평가를 종합적으로 진행했다. 용역 결과, 도성마을은 순천시와 인접하고 전남 동부권 피해지역을 비롯해 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지정학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인근에 여수공항이 위치하고 있어 수도권 등 원거리 방문객 접근성도 매우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념공원에는 연면적 6000㎡, 1층 규모의 '여순사건 기념관'과 연면적 3000㎡, 2층 규모의 '추모관'이 들어서게 되며 야외에는 '추모공원'과 '추모마당', '추모의 길'을 조성해 유족은 물론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방문해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할 예정이다.

시는 노후 폐축사의 위생과 경관성 문제를 적극 해결해 행정 사각지대로 그동안 소외돼 왔던 도성마을 주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을 비롯해 '평화와 인권'이라는 여순의 가치를 함께 실현해간다는 방침이다.

총 사업비는 1417억원 규모로, 여수시는 전액 국비지원을 건의해 기념공원 조성을 준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기념공원 후보지 결정과 개발전략, 건립계획 등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된다.

시는 2024년까지 위원회 심의를 마치고, 예비타당성 조사 등 사전 행정절차를 완료한 후 2026년 기념공원 설계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여수시가 여순사건 기념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순천시 등 인근 지자체는 반발을 표하기도 했다.

여순10·19범국민연대와 순천유족회 등은 불만을 표출했으며, 순천시 역시 1948년 10월 20일 14연대 봉기군이 경찰과 격전을 벌인 장대다리를 기념공원 부지로 물색해 놓은 상태여서 여수시의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전남도는 내년 1월까지 진행되는 진실규명, 피해신고 접수를 마무리한 뒤 본격적으로 기념관 조성 등 기념사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특별법이 시행된지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 기념사업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필수적으로 진행돼야할 사업이기에 올해 하반기부터 구체적인 논의를 거친 뒤 예산을 책정할 계획이다"며 "내년 예산으로 지원을 건의하기 위해 논의 중이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렵해 특별법 이후 조성되는 기념관의 경우 전액 국비 지원으로 조성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순천시 장천동 소재 유족회관 2층에 '여순10·19항쟁역사관'이 조성됐다. 순천시 제공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