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57-3> 컨트롤타워·인력…여순사건 조사 '산 넘어 산'
■진상규명·명예회복 어디까지 ||보고서작성위원회 출범은 언제||시간 촉박한데…날림보고서 우려||사실조사 담당할 '전문인력 부족'||"인력 충원 노력…9월 출범 검토"
2022년 04월 03일(일) 17:29
지난 1월 21일 출범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뉴시스
여순사건 희생자 명예 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이 본격 시작됐지만 조직과 운영 미흡으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상규명의 '컨트롤타워'격 기구인 '보고서 작성 위원회' 출범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다 현장에선 전문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서다. 관련 법 개정 및 전문 인원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21일 출범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핵심은 진상규명보고서다.

여순사건의 배경, 전개과정, 결과에 대한 포괄적인 진상규명과 함께 피해규모와 피해 행태, 추모·위령 사업 등 모든 활동이 여순사건 진상규명보고서에 담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사 활동 개시 이후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보고서 작성을 담당해야 할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은 아직 구성도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21일 여순사건 특별법 3·4조 규정에 따라 여순사건 명예회복위원회와 여순사건 실무위원회를 출범하고, 23명으로 구성된 여순사건처리지원단을 구성했다. 또 각 지자체에 52명의 담당자 및 사실조사원을 꾸렸다.

하지만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기획단은 꾸려지지 않았다. 진상규명조사 종료 후 기획단을 구성해도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이럴 경우 이들이 불과 6개월만에 모든 조사 내용을 정리해 속전속결로 보고서를 완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순사건 특별법 9조에 따르면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는 최초 개시 이후 2년 동안 진행한다. 진상규명 활동이 끝나면 6개월 안에 진상조사 보고서를 작성해야만 한다.

앞서 지난 2000년 8월 28일 진상조사에 착수한 제주 4·3 사건의 경우 위원회 출범 직후 곧바로 15명 내외 기획단을 선임, 진상조사보고서 초안이 작성될 때까지 모두 12차례 회의를 갖는 등 숨가쁘게 움직였다.

정부 관계부처 국장급 공무원과 민간인 전문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기획단은 전문위원실에서 작성한 진상조사 대상 선정에서부터 증언조사 계획과 국내외 자료조사 계획 등을 심의했다.

또 자료 관리 데이터베이스 개발과 자료집, 증언집, 법령집 발간계획 등도 논의했다. 실질적인 진상조사 등은 상근체제인 진상조사팀에서 했지만, 그 추진상황은 기획단 회의에서 심의, 의결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반면 여순사건의 경우 진상규명 조사계획 수립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공무원으로 구성된 여순사건 처리지원단 내 심사조사과에서 담당하고 있어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장 조사 과정에서 진상과 희생자 등을 규명할 사실조사요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희생자와 유족의 신고에 따른 사실조사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여순사건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지만 현재 여순사건의 경우 전문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각 지자체 읍·면·동 담당 공무원들이 사실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도와 여수 등 6개 시·군이 23명의 사실조사인원을 확충했으나 이 중 20명은 비전문가 기간제에 불과하다. 사실상 전문인력 3명이 현장 조사를 진두지휘하는 셈이다.

특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접수된 700여건이 조만간 이관될 예정이어서 접수 초기부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순사건 명예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중앙위원회는 지난 3월 24일 제1차 소위원회를 열고, 기획단 구성을 인선작업을 5월말까지 마무리하고, 9월말에 출범할 것을 토의했다"며 "이에 따른 전문위원과 조사요원을 보강을 행안부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위원회는 진상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최초 조사개시를 올해 9월께 할 예정"이라며 "최초 조사개시로부터 2년 동안 착실히 자료수집과 분석을 통해 진상규명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전문위원과 조사요원에 대해서는 지난 3월 6시간씩 교육을 실시했고 4월에도 교육과 워크숍이 예정돼 있다"며 "인원 보충에 대해서는 위원회에서도 검토하고 있으며 행안부와 긴밀히 협조해 인력 충당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는 "신고 접수 기간을 고려, 진상규명 조사 개시는 오는 9월께 선언 할 예정으로 이 경우 5개월 간 여분의 시간이 추가로 남아있다"며 "조사단 내에서도 6개월만에 보고서 작성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 9월께 보고서 작성 기획단이 출범할 수 있도록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