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폐교 속출하는데 학교 신축하는 전남교육청
인구 증가 예상 무안·광양시 등 ||도시 개발로 14개교 개교·착공 ||일각선 지역균형발전 역행 지적
2022년 03월 30일(수) 16:30
전남도교육청 전경
학생 수 감소 여파로 전남 지역에 폐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전남도교육청이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지역에 신규 학교 14개를 개교·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지역 균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0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청사 중회의실에서 '중기 학교설립 계획'에 대한 비대면 언론브리핑이 열렸다.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과밀학급 해소와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2026년까지 단설유치원 3원, 초등학교 6교, 중학교 4교, 고등학교 1교 등 14개 학교를 개교·착공하겠다는 내용이다.

신설되는 학교는 대부분 택지개발사업과 공동주택 개발에 따라 학생 유입이 많은 무안과 광양, 나주, 순천 등 시 지역에 집중돼 있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면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된다.

도교육청 행정과 관계자는 "무안의 오룡지구 등엔 대략 5000세대 이상 규모의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공동주택 개발로 젊은 세대 유입이 많은 만큼 학생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학생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며 "현재 개발이 끝난 오룡1지구의 경우, 예상보다 학생 유입이 많았다. 기존에 신설된 학교를 운영하거나 일부 학교는 임시 모듈러 교실을 만들어 사용하는 식으로 학생 과밀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그동안 전남 지역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유입되는 학생들을 각 급 학교에 적기에 배치하기 위해 도시 성장에 맞춰 매년 학교를 신설해 왔다. 그럼에도 무안의 남악·오룡지구의 경우, 고등학교 수가 턱없이 부족해 관내 중학교 졸업생의 70% 정도가 타 지역으로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어왔다.

교육청은 2026년 3월 개교 예정인 27학급 규모의 오룡고등학교(가칭) 신설로 이러한 불편이 다소 해소될 거라 기대하는 입장이지만, 전남이 단일학군으로 운영되는데다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승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신규 학교 개교·착공 계획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상당하다.

한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한 쪽에선 학생 수가 많아 학교를 새로 짓는데, 다른 한 쪽에선 학생이 없어 학교 문을 닫고 있다. 같은 전남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대조적인 상황"이라며 "학생 수 감소로 해마다 폐교되거나 통폐합되는 학교가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신규 학교만 짓는 게 지역 균형 발전에 맞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실제 학령인구 감소로 최근 5년 동안 전남도내 32개 작은 학교가 문을 닫았다. 교육부의 '2017~2021년 학교통폐합 인센티브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지역 35개교(본교 폐지 8교·분교장 폐지 24개교·신설대체이전 3개교)가 통폐합됐다.

지난 1일 기준으로 올해만 5개 학교(초등학교 본교 3곳·분교 1곳, 중학교 분교 1곳)가 폐교됐고, 학생이 한 명도 없어 휴교 중인 학교도 18곳이나 된다. 전남 지역의 학생 수 감소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교육부의 시골지역 신설학교 설립 승인 요건이 까다로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1.5km(최대 2km) 반경 혹은 30분 이내 도보 범위에 소규모 학교가 없을 경우에 교육부가 초등학교 신설을 승인하는데, 전남 외곽지역은 해당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학교 신설 대신 통폐합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도교육청은 농어촌지역 중학교에 통학버스를 지원하는 등 원거리 통학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자체와의 협업으로 전남농산어촌유학 정책을 확대·발전시킴으로써 소멸 위기에 있는 농어촌지역에 인구 유입을 촉진하고, 작은 학교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전남농산어촌유학이 사업추진 1년 만에 유학생수가 네 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양적·질적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5년 이상 체류 조건이 붙는 정주형 장기유학을 본격화해 민·관·학 협업으로 지역 인구 유입과 작은 학교 살리기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