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56-2> '깃발만 꽂으면 당선' 오만함부터 버려라
■민주당 '쇄신' 어떻게 ||대선 석패 이후 개혁 약속 ‘무색’ || 광주·전남 곳곳서 공천 파열음 ||국회의원 공천 개입 관행 멈춰야 ||“시스템 공천·지방정치 토대 육성”
2022년 03월 27일(일) 17:33
지난 16일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광주회의가 열린 가운데 참석 위원들이 대선 패배에 대해 광주시민들께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대선 석패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전남에서 대대적인 개혁공천을 약속하고 나섰지만 "뼈를 깎는 각오로 쇄신하고 민주당의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벌써 공천 잡음이 반복되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이대로면 호남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 역시 "민주당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오만을 버리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민주당의 생존을 위해서도 '시스템 공천'의 확립, '지방정치의 토대 육성' 등 더는 중앙정치의 들러리가 아닌 공정한 경쟁 구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또' 파열음을 내고 있다. 광주에선 민주당 광주시당이 지난해 지정한 '청년 선거구'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년 선거구로 선정된 지역에 청년 정치인이 없는데도 청년 몫으로 할당한 것은 내정자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광주 광역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입지자는 "당 지도부가 청년과 여성이라는 공식에 매몰돼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공천 개혁의 핵심은 적어도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고 지방자치 시대에 맞는 역량을 갖춘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라며 "그러나 청년과 여성에 대한 할당으로 인적 쇄신을 내세우는 것은 보여주기식 수습책"이라고 했다.

논란은 전남 역시 마찬가지다.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놓고 "중앙정치 입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공관위가 지방선거 공천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어떤 인사가 참여할 것인가는 모든 입지자들의 관심사이자 향후 지역 정치권 지형의 초석을 놓는다는 측면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전남도당의 경우 공관위 구성에 5명에 달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선거구별로 '지역위원장 사람 내정설'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당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당내 한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 광주·전남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열렬히 지지해서 선택하기보단 막판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로 위기감이 고조돼 표가 결집하고 전략적 투표를 한 경향이 크다"며 "지역 유권자들의 염원에 민주당이 부응하지 못한 만큼 어느 때보다 강한 책임론이 제기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개혁공천은 고사하고 지방선거 때마다 터져 나오는 공천 잡음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혁신이 아니더라도 지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공천이라도 이뤄져야 하는데 개혁공천은 말뿐이고 (이 같은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쓴소리했다.

전문가 역시 '민주당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김대현 위민연구원장은 "국회의원이 공천심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과연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민주당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오만을 버리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호남이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민주당 일당독재'에 반발하는 지역민의 정서 역시 굉장히 뿌리 깊게 내려있다"며 "가만히 앉아서 표만 받아먹으려는 안일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더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당 체질 변화'란 이른바 '줄 세우기 정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김 원장은 "지방자치가 30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며 "민주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국회의원들의 지방선거 개입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법으로는 '시스템 공천'의 확립을 제시했다. 그는 "이미 민주당은 광주·전남이라는 텃밭에 좋은 토대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문제점은 이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신인들은 '들러리가 아닌 공정한 경쟁 구도 마련', '비율과 지역의 할당이 아니라 현실적인 진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원장은 "선거 때마다 찾는 참신 하고 역량 있는 인재들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며 "장기적 안목을 갖고 지역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