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2월 21일(월) 17:49 |
"탈레반 집권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인권은 사라졌습니다."
최근 탈레반의 감시를 피해 탈출에 성공한 아프가니스탄인 A씨가 무사히 광주에 도착한 가운데 처참한 자국의 상황을 전했다.
광주에서 유학 경험이 있는 A씨는 극적으로 자국을 탈출 이란, 두바이를 거쳐 지난 17일 밤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
극적 탈출이 가능했던 데에는 천주교광주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와 유학 생활을 했던 전남대학교의 도움이 컸다. 천주교광주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에서 항공비와 자가격리 동안 머물 숙소를 마련했고 전남대학교가 A씨의 대학원 입학을 도와 관련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현재 광주에서 자가격리 중인 A씨는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현지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A씨는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기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광주시민들의 도움을 받은 우리 가족은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다"며 "비자를 발급받기까지 몇 달이 걸리고 탈레반이 정당한 사유 없이 비자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인권운동가들이 하루아침 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A씨는 "탈레반이 전직 공무원과 인권운동가를 찾고 있다. 대부분 밤에 그들의 집에 찾아가 납치, 감금하고 있다"며 "사라진 사람들은 소식이 없다. 지난 6개월 동안 많은 인권운동가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 또한 자국에서 여성 인권에 대해 말해왔던 만큼 탈레반의 감시 선상에 있었다. 비밀리에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와야 했기 때문에 집, 차, 모든 짐을 놔두고 이란으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처참한 여성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탈레반 집권 이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직장, 학교에 다닐 수 없고 병원도 남자가 동행하지 않으면 외출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여성들이 손팻말을 시위하고 있다.여성들은 이날 카불에서 시위를 벌이며 탈레반 지도부에 대해 교육, 일자리, 안보, 정치 참여, 남성과의 평등 등을 요구했다. 뉴시스
그는 "탈레반이 집권한 이후 여성들은 노동, 자유, 교육의 권리를 거부당하고 있다. 탈레반 통치하에서 여성의 삶은 감옥에 있는 것과 같다. 실제 아내가 공립 병원에서 조산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탈레반이 일을 못 하게 해 직장을 잃었다"며 "이것이 탈레반이 여성에게 내린 명령이다"고 말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광주로 돌아오기까지 도움을 준 여러 단체와 기관, 시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A씨는 "전남대학교 대학원 입학을 허가 받고 관련 비자를 얻었기에, 난민 자격으로 한국에 오는 것보다 훨씬 과정을 단축할 수 있었다. 문제는 가족들이었다"며 "다행히 대학에서 아내와 딸을 위한 가족동반 초청장 발급을 도왔고 이란 한국대사관 직원들도 너무 친절하게 협조해 주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긴 여행을 끝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A씨 가족의 광주 정착을 위한 광주시민들의 후원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A씨는 "광주 사람들은 긴 과정의 시작부터 함께해 주었다. 광주시민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후원을 했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덧붙여 A씨의 탈출을 도왔던 지역 공연커뮤니티인 드리머스(내·외국인이 모인 다문화 공연 커뮤니티)는 광주에 오기를 희망하는 또 다른 아프가니스탄인의 탈출을 돕고 있다. 이를 위해 천주교광주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를 통해 후원을 위한 공식 계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천주교광주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관계자는 "광주 입국 예정인 나머지 가족들 역시 광주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탈레반 침공 이후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오지 못한 분들이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자유가 보장이 안 되는 곳에서의 탈출을 돕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로 입국 예정인 또 다른 아프가니스탄 가족을 위해 후원금을 보태고 싶다면, 천주교광주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의 공식 계좌 광주은행 170-107-079264로 하면 된다.

7일(현지시간) 탈레반 병사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육교 위에 올라가 옥외 시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 2022.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