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고교생 유권자 1만1000명 올바른 주권교육 필요
만 16세 이상 정당 가입 가능 ||교사는 정치 중립·발언 제한 ||공약 안내 등 정치교육 어려움|| “학교안 정치활동 보장” 주장도
2022년 02월 09일(수) 16:59

광주시교육청 전경

선거법 개정으로 오는 3월 9일 제 20대 대통령선거에 광주 6600여명, 전남 4700여명의 만 18세 이상 고교생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하지만 교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법 때문에 교사들의 정치적 발언이 제한되면서 교실 내 정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계 전반적으로 청소년들의 올바른 주권행사를 위한 교육이 실시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9일 광주시·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가 만 25세에서 18세로 낮아지고, 만 16세 이상이면 정당 가입이 가능해 졌다.

이에 따라 광주와 전남 각각 6600여명·4733명의 고교 유권자들이 오는 3월 대선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방통고등학교 학생 수까지 포함된 자료로, 광주시·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의 정확한 통계는 선거인 명부 확정일인 오는 25일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현 고 3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지며, 고 1은 정당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미성년인 고교생이 현실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강조하는 법안 탓에 정치적 발언이 제한되면서 제대로 된 유권자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동혁 전교조 광주지부 대변인은 "'교원의 정치적 중립'을 과도하게 해석함으로써 학생들이 정치에 관한 질문을 던졌을 때 교사가 선뜻 말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한다"며 "또 학생들에게 출마자들의 주요 공약들을 안내하고, 이를 논의하는 것도 쉽지 않다. '편향된 이념 강요' 등에 대한 우려로 교사들이 자기검열을 하게 돼 형식적인 교육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대현 위민연구원 원장은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박정희 정권 시절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교육은 미래를 내다보고 그에 맞게 교육과정과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데, 우리는 수동적으로 제도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런 엇박자가 났다. 청소년 투표권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고려해 보완장치를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이 개정됐음에도 최근까지 교칙을 통해 학생의 정치적 활동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학교도 있었다.

고병연 광주시교육청 장학사는 "지역 내 상당수 고등학교에서 '학교장의 승인 없이는 학생의 정당 가입과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었다. 이런 학교생활규정은 선거법 개정안과 상충되는 부분"이라며 "지난해 시교육청이 학교에 금지 조항을 제외하라는 공문을 일괄적으로 보냈다"며 "지난해 말 기준, 3개 학교에서 여전히 해당 조항이 남아있는 걸 확인했고 '시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광주시고등학교학생의회는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학생회실에서 '청소년 참정권'과 관련한 집담회를 진행했다. 피선거권을 갖게 된 학생들에게 올바른 주권의식과 참정권 행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길러 주기 위한 각 교육주체들의 과제가 논의됐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학생의회 관계자들은 △사회 현안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 환경 조성 △교내 모의 선거 실시 △학생 중심 공약 개발 등을 제시했다. 시교육청 장학사 등 교육계 관계자는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기준·합의점과 '교원 정치적 중립성 의무'로 인한 냉소주의 경계를 강조했다.

고병연 장학사는 "학교에서 체계적인 정치·선거 교육과 모의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또 학교 안에서도 정치활동이 넓게 보장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도교육청 전경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