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수난시대'… 상습적 훔치고, 무단투기
코로나·임금인상 무인점포 증가세 ||절도 3년간↑, 올 9월까지 1604건 ||“소액 잡기 어려워, 경고문 부착”
2021년 12월 22일(수) 17:29
광주 남구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절도 범죄 경고문이 부착되어 있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무인점포는 늘고 있지만, 그만큼 폐해도 증가하고 있다. 바코드 결제액보다 높은 상품을 가져가거나 소액 상품을 상습적으로 훔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24시간 CCTV 화면을 확인할수 없기에, 할수 있는 것은 경고문을 부착하는 정도다. 사실상 무방비로 절도 범죄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22일 광주 관내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60여 곳에 이르고 무인 빨래방은 70여 곳에 이른다. 편의점, PC방, 카페 등 무인 시스템으로 전환한 업종도 다양하다.

그만큼 관련 절도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인점포 절도는 지난 2019년 203건이었는데, 2020년 367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무인점포 대상 절도 범죄는 폭증해 지난 9월까지 벌써 1604건을 기록했다.

이날 나주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CCTV 화면 캡쳐 장면과 함께 경고문이 부착되어 있다.

"2개 제품만 바코드 정상 스캔한 뒤, 실제로는 3개 제품을 가방에 넣고 가져갔습니다. 자진 연락이 없을 시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해당 아이스크림 가게는 무인 결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음에도 불구, 절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곳이다.

업주는 "일부 고객들이 고의로 계산하지 않거나 계산된 금액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나주뿐만이 아니다. 광주 남구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CCTV가 있으면 웬만해서 안 훔쳐가는데 가끔 어린 학생들이 못된 짓을 하는 경우가 있다. 황당한 경우는 어린 학생들이 놀리는 듯 CCTV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고 훔쳐갈 때가 있다"며 "인건비 아끼려고 무인점포 형태를 운영하는데, 한두 번 절도하는 것은 사실상 잡기가 더 번거로워 그냥 놔둔다. 1만원 이하의 소액 절도는 일일이 신고하기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다"고 말했다.

동구에서 무인 빨래방을 운영하는 B씨도 "빨래방에 훔쳐갈 것은 없지만, 간혹 사람들이 빨래 카트를 타면서 노는 경우가 있어 황당할 뿐이다"며 "아침에 매장확인을 하기 위해 출근하면 청소하느라 바쁘다. 취식하고 쓰레기를 몽땅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아 곤혹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무인점포들은 쓰레기 무단 투기, 소변 테러까지 당한다. 어떤 곳은 잠긴 금고를 뜯어 수백만원을 들고 사라진 사례도 있다.

문제는 딱히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 무인점포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잇따르는 절도 사건을 막을 대책은 거의 없다.

빨래방을 운영하는 B씨는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핸드폰으로 방송을 해 경고를 할수도 있지만, 다른 손님이 당황할까 봐 하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경고문을 부착하는 방법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보안업계는 센서로 범죄 정황을 인식해 알림을 띄우는 인공지능 시스템 등 신기술을 도입해 무인점포 등 절도 범죄 사각지대를 줄이려 하고 있으나, 비용이 너무 비싸 대기업 편의점이 아닌 대다수 소상공인에겐 먼 이야기다. 애시당초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시작한 무인점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금사정이 여의치 못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시민의식이 소비문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소비자 보호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소비를 하고 싶은 욕구와 도덕적 책무를 지켜야하는 시민의식 사이에서는 욕구가 앞서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방치하면 작은 절도가 큰 절도로 옮겨가는 만큼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무인점포 특성상 신고된 내용은 대부분 소액 절도가 빈번한데, 수사력이 한정적이다"며 "소비자의 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캠페인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