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해야"
법률 개정 요구 커지는 목소리 ||처벌의사 취소 가해자 협박 ↑ ||법률시행 전 범죄 소급처벌 불가
2021년 11월 04일(목) 17:11
그래픽=최홍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의사불벌죄' 조항 때문이다.

현 법률에서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하면 처벌할 수 없다.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해 처벌 의사를 취소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4일 광주·전남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후 같은 달 27일까지 각각 11건, 22건의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6명, 8명이 각각 형사 입건됐다.

스토킹은 상대방 의사에 반(反)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가족, 동거인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다.

구체적으로는 △상대방과 측근에게 접근하는 행위 △그들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지나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 등을 이용해 글·그림·영상 등을 보내는 행위 △직접 또는 제삼자를 통해 물건 등을 주거지나 부근에 놓는 행위 △상대방 주거지나 부근에 놓인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스토킹 처벌법 시행으로 특정인에게 지속적·반복적인 스토킹을 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흉기 등을 이용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원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흉기를 이용하지 않고 휴대만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 납치·폭행·재물손괴와 같은 다른 범죄가 있었을 때만 처벌이 가능했다. 신고하더라도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난 3월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으로 스토킹이 살인 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가 등장하며 법이 제정·시행됐다.

이후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멍 뚫린 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자가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강제로 합의를 하는 경우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스토킹 처벌법 시행 전에 일어난 범죄는 현행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형사 처벌은 범죄 행위 당시의 법률을 적용해 처벌하기 때문에 범죄 행위 이후 개정된 법률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A(29·여) 씨는 "작년에 스토킹을 당했던 경험이 있다. 상대방은 지난달 초까지 꾸준히 스토킹을 했고, 그로 인해 이사를 여러 번 다니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이후 법이 시행되고 스토킹은 멈췄지만 지난 일은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며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조금이나마 안심한 내가 바보였다. 그 법은 모순이고 보여주기식일 뿐이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법률상 조항 삭제를 강조했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헌법은 법률 불소급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어 법률이 시행되기 이전의 스토킹 행위는 스토킹 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법 시행 이전에 범죄 행위가 종료된 경우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다만 법 시행 이후에도 스토킹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경우엔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토킹 처벌법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수사를 하더라도 재판에 넘길 수 없다. 해당 조항은 우려와 논란을 낳았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등 2차 가해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라며 "현재로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수사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긴급응급조치 정도는 가능하다. 최대 한 달간 가해자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또 "성폭력 처벌법도 처음엔 '반의사불벌죄'였지만 2013년 개정을 통해 피해자 의사에 상관없이 성폭력 범죄자를 수사해 처벌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스토킹 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