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선 경선, 다시 불붙는 기본소득 공방
친문계 공개토론 제안…반이재명 시동||이재명 지사, 원팀 강조…껴안기 나서||이 캠프 "친문 형들 정신차려라" 반발
2021년 08월 17일(화) 17:08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홍영표, 신동근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정치개혁과 기본소득에 대한 치열한 논쟁 참여를 제안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소득'이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다수의 친문계 의원들이 기본소득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며 공개 토론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용진 의원이 즉각 환영 입장을 내면서 기본소득 비판을 고리로 한 '반이재명 전선'이 구축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영표, 김종민, 신동근 의원 등 친문 핵심 의원들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장기적 연구 과제로 검토해볼 수 있지만 당장 국가 정책까지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날 회견에는 도종환·송기헌·오기형·장철민 의원 등 친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소속 의원 가운데 20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수십조 예산을 모든 국민에게 같은 액수로 나눠주는 건 양극화 불평등 해소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특히 매년 십수조 예산을 고소득자들에게 나눠주는 게 재정 정의에 맞는 일인가, 보편적 복지를 위해 써야 할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게 진보개혁의 길인가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면서 기본소득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그 동안 기본소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온 대선후보들은 즉각 호응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 길에 저도 함께 하겠다"며 "기본소득론을 지켜보는 국민과 당원은 불안해한다. 그런데도 기본주택, 기본대출로 폭주하는 독선은 더 위태롭다"며 이 지사를 견제했다.

정세균 전 총리와 박용진 의원도 공개토론에 찬성했다. 정 전 총리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검증하고, 토론해서 국민께 민주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4기 민주정부 창출의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박 의원은 "경선에 새로운 활력과 역동성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당 안팎에선 이번 토론 제안을 계기로 대선경선 국면에서 각자도생에 나섰던 친문 진영이 반이재명 연대로 모일지 지켜보고 있다.

이재명 지사측은 최근 '기본시리즈'(기본소득·주택·금융)에 대한 공격이 쏟아진 데 이어 친문진영에서 공개적 비판이 나오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집단 행동에 또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정책이 절대 진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민생 해결에 나서야 할 정치가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관심을 쏟기보다 정치적 득실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대한 원팀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친문 껴안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지사 측은 당내 경선 토론과 당 초선 의원들이 주관하는 토론회가 있는 만큼, 충분히 기본소득에 대한 토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른바 '중립지대' 친문의 기본소득 협공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재명 캠프에 합류한 김우영 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골수 운운하는 분들이 제일 먼저 고무신 거꾸로 신더라"며 "솔직히 친문 자처 하는 분들 중에 좋은 분들 많지만, 일부 호가호위하는 형들 정신차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가운데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논란 역시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전문성이 있는 인사라며 엄호해온 이재명 캠프도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