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 붕괴사고, 무리한 철거·불법하도급이 원인
●국토부, 광주붕괴사고 조사결과 발표||하층부 먼저 철거로 하중 못 이겨 발생||당정협의 거쳐 안전강화방안 발표 예정
2021년 08월 09일(월) 15:21
6월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 현장. 전남일보 자료사진
지난 6월9일 광주 학동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사고에 대해 정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경찰과 마찬가지로 무리한 해체방식과 과도한 성토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특히 불법 하도급으로 공사비가 크게 깎인 것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다.

9일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이같은 내용의 학동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축구조·건축시공·법률 등 분야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사조위는 지난 6월11일부터 약 두 달 간 현장조사와 재료강도시험, 붕괴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사고 경위와 원인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 사건은 두말할 것도 없는 인재였으며 전형적인 불법 철거의 집합체였다.

철거는 상부부터 해야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는 계획과 달리 하부부터 철거하는 무리한 해체방식을 적용했다.

그 결과 건축물 내부 바닥 절반을 철거한 후 3층 높이(10m 이상)로 과도하게 흙을 쌓아 작업하던 중 1층 바닥판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파괴된 것이다.

이후 지하층으로 성토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상부층 토사가 건물 전면 방향으로 이동했고, 이에 따른 충격이 구조물 전도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사조위는 또 △해체계획서의 부실 작성·승인 △공사현장 안전관리 및 감리업무 미비 △불법 재하도급 계약에 따른 저가공사 등이 간접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공사비가 당초의 16%까지 삭감된 것이 공사 중 안전관리 미비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해당 공사는 단위면적(3.3㎡)당 공사비가 원도급사에선 28만원이었는데 하수급인 10만원, 재하수급인 4만원까지 깎였다.

원도급사는 HDC현대산업개발, 하도급사는 한솔건설이다. 한솔은 백솔건설에 다시 재하도급을 맡겼다.

이영욱 사조위 위원장(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은 "청문 조사 결과 하도급사가 재하도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원도급사는 전문 건설업체에게 해체공사 업무를 전적으로 일임했고, 하도급사는 원도급사에게 공사작업에 대한 사전보고 후 공사를 수행했는데 이때 감리자는 요구되는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불법 하도급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해 일정 부분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사조위는 판단했다.

이 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이 이런 해체 공사 공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전체 과정을 묵인하고 있었던 것을 여러 가지 관련 정보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조위는 사고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해체계획서의 수준 제고 △설계자·시공자·감리자·허가권자의 책임 강화 △불법 하도급 근절 및 벌칙규정 강화 등의 재발방지방안을 제시했다.

해체계획서는 작성 매뉴얼 등을 통해 계획서의 수준 편차를 최소화하고, 해체계획서를 작성할 때 해당 분야 전문가가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또 해체감리자의 감리일지 등이 누락되지 않도록 하고, 허가권자의 현장점검 등을 통해 공사현장의 관리·점검이 실효성 있게 이뤄지도록 개선한다.

이와 함께 불법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수준을 강화한다. 특히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 대상도 확대 적용해 자발적 불법 재하도급 퇴출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국토부는 사조위에서 규명된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대책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한 사항을 토대로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오는 10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